혈육의 실체적 관계에 대한 고찰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한다. 단지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생물학적 관계 이상으로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를 들자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내 연배 혹은 그 윗세대 선배,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 부모에 대한 공통적인 반응을 보면, 아버지는 그저 꼰대로 기억하는 반면 엄마 이야기에는 모두 목이 멘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유교사회의 전통이 강했던 시대를 살았던 그들에게 아버지와 엄마는 너무도 다른 존재였던 것이다.
일방적 훈시와 틀에 박힌 삶의 규칙을 강요하는 아버지는 상명하복의 군대문화가 지배하는 구세대의 상징과도 같은 반면, 엄격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의 권력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자애로운 어머니는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인 동시에 권위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이 자연법칙과도 같이 절대적인 진리로 포장되어 온 ‘어미’라는 캐릭터는 항상 천편일률적인 형식으로 묘사되어 왔으나 어린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반인륜적인 어미는 아닐지언정 결코 한결같은 모습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차별과 편애가 공존하는 어미의 인격은 절대 완전무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식을 위해서라면 두려운 것이 없을 것 같은 어미상은 자수성가한 인간승리의 신화와 함께 신격화되어 신화와 같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왜곡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 실체를 들여다볼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