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일기, +10일(2021. 5. 12)
시끄러웠다.
쨍쨍거리는 여자아이들의 하이톤은 아니었지만 변성기 지난 굵은 음색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연신 토해내듯 내뱉는 남자아이의 불평을 견디는 일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피곤하고 예민한 시기인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사내자식이" 또는 "남자 새끼가~"로 시작하는 잔소리가 방언 터지듯 나올 법한 고비를 몇 차례 넘기며 15분의 하굣길을 무사히 마쳤다. 아직도 온전한 둘만의 시간이 족히 한 시간 이상 남았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방문을 있는 힘껏 닫는 소리에도 불끈불끈 치솟는 화를 애써 가라앉히며 방 안에서 침대에 누워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을 아이의 모습일랑 상상하지 말자. 누렇게 침 자욱이 번져 있을 베개에 머리를 묻고 두 팔을 하늘로 뻗어 손바닥만 한 핸드폰을 들고 있을 몹쓸 상상을 접는다.
오월이라도 낮 기온은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땡볕, 운동장 흙먼지를 벗 삼아 수행평가 과제인 리듬 줄넘기를 쉴 새 없이 돌린 담임 선생님을 원망하지 말자. 다른 반은 아직 시작도 안 한 수행평가 준비를 이틀 연속 아이의 반에만 요구하신 깊은 뜻을 헤아리자. 나약해 빠진 청소년에게 패기와 도전정신을 심어주려는 거룩한 뜻만 기억하자. 담임을 맡은 반이라 각별한 애정이 차고 넘쳤을 터이다.
앞으로 몇 번을 더 들어야 할지 모르는 이 불평불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휴식기라 듣게 되었음을 상기하며 아직 이른 오후 다섯 시에 소파에 누워 이 글을 끄적거림에 감사한다. 내게 자유를 허락하셨으되 가사와 육아의 짐을 내리신 아내에게 다시 한번 당신의 현명함과 공평함에 탄복하며 이 글을 마친다.
오늘의 감상,
둘째는 아나필락시스라는 몹쓸 알레르기 쇼크를 두 번 겪었다. 두 번 모두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가서야 진정이 되었다. 이 병이 어떠한 것인지는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가뜩이나 겁이 많은 우리 둘째는 이 병을 얻은 후 매사에 예민하고 까탈스럽다. 기도 민감증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학교 운동장의 흙먼지도 조심스럽다. 게다가 코로나 19가 온 세상을 뒤덮은 요즈음에야 오죽하랴? 그 마음을 알면서도 저리도 몸을 사려서 무엇에 쓸까? 걱정이 앞서는 아비의 마음은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