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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산우공 Apr 12. 2023

윤슬 전망대

요리도 한다

남해하면 한려수도를 빼놓을 수 없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 점점이 수를 놓듯 섬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려면 해안가에 위치한 높은 전망대를 찾아야 하고 그곳엔 어김없이 케이블카가 등장한다. 단체 관광객들의 행렬로 성수기엔 장사진을 이루는 케이블카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하지만 중국발 황사로 발이 묶인 오늘 같은 날에는 이만한 선택이 없기도 했다.


날은 좋았으나 황사와 미세먼지로 시계는 좁았다. 그래도 뻥 뚫린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과 바다는 장관이었다. 나이 지긋하신 단체관광객 틈에 끼여 잠시 아이를 걱정했으나 지난번 바람의 언덕에서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기도 한 게 아들은 유독 학생들 틈에서 더 불편함을 느낀다. 상춘객들의 큰 목소리와 높은 텐션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괜찮다고 했다.


숙소에 오는 길에 장을 본 뒤 아내가 싸준 묵은 김치로 찌개를 끓이고 목살소금구이를 내주었다. 약 부작용으로 입맛 없는 아이가 제법 잘 먹는다. 처음으로 밥을 더 달라고 했다. 좀처럼 밥을 먹지 않고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는데 서투른 아빠의 요리에 만족해하는 건 바뀐 분위기 탓일까?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고 계란프라이 밖에 해 본 적 없는 내가 어쨌든 아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그럭저럭 맞추고 있다.


이깟 수준의 요리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리는 정성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나머진 재료가 아닐까? 오늘 처음으로 아들이 내게 유부초밥을 요구했다. 뭔들 못하겠는가? 휴직도 하는 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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