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하던 날의 감상

휴직일기, +46일(2021. 6. 17)

by 낙산우공

꼭 네 탓만은 아니었다.

울고 싶은 놈에게 뺨을 때렸을 뿐이었다.

뺨을 날린 것은 백번 잘못한 일이지만

내가 울고 싶었다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을 거다.


그런 네게 오늘의 탓을 모두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너의 잘못은 누군가에게 뺨을 날리는 버릇이다.

그 몹쓸 버릇이 널 상종 못할 인간으로 만들었으나

내 울고 싶을 만큼 아득한 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었겠는가


나이 오십에 눈물이 나올만한 사정이 어찌 흔한 일이겠는가

그 기구한 팔자의 내 사정을 몰랐던 너에게

이 모든 결과의 책임을 돌리는 건 모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뒤에서 수군거리는 자들에게

너를 변호하여 줄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

네가 모든 걸 뒤집어쓰는 게 억울한 만큼

지금의 내 처지와 결단의 책임이 너에게서 비롯되었음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의 죄를 조금 줄여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너의 목줄을 날릴 만큼의 결정적 한방을 자제하겠다는 것이지

욕망에 눈이 멀어 미친년 마냥 폭주했던 너의 행동에

면죄부를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너는 충분히 비난받아 마땅한 잘못을 저질렀으며

네가 믿는다는 신에게 씻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굴욕을 안겼다.


내가 너를 죄주지 않는다고

너의 죄가 사하여질 리 없기에

나는 조용히 물러나는 것으로

너에 대한 비난을 갈음할 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에게

무슨 인간의 존엄과 도리를 말하겠느냐?

삼가 너의 양심에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오늘의 감상,

휴직을 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불쑥불쑥 올라오는 쓰라린 기억은 쉽게 잦아들 기미가 없다. 가끔은 분노를 정면으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내 분노의 근원이, 그 옹졸한 뿌리가 드러날 때까지 피하지 않고 응시할 때 비로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분노가 적나라하게 글로 옮겨지면서 내 안의 불꽃은 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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