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없는 병

위선과 가식, 그리고 권위의식은 불치병이었다.

by 낙산우공

어제 나의 생일을 핑계 삼아 모인 직장 회식은 결국 모두가 자리를 뜬 이후에 사달이 났다고 한다. 권위적이지만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한 상사와 마지막 남은 한 직원 사이의 공방은 결국 지위가 갖는 권위와 남성성에서 나오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분노의 표출로 일단락되었고, 힘없이 온몸으로 상사의 분노를 받아낸 직원은 혼잣말처럼 '미친놈'을 외치며 쓸쓸히 귀가했다고 한다.


조직이라는 사회에서 위계가 갖는 힘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지배한다. 그리고 언제나 코너에 몰리면 권위에 기대는 모든 꼰대들의 태도는 지나치게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다. 그들에겐 부끄러움보다는 생존본능이 먼저다. 그러므로 야생이다. 직장이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라고 하지만 전쟁터와 지옥은 같은 층위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정당화할 수 없는 논리다.


냉전시대도 아닌데 어찌 총성 없는 전쟁이 가능한가? 전쟁터에 비유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직장이 전쟁터라면 세상이 전쟁터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제아무리 성과주의, 경쟁과 탈락이 지배하는 곳이라고 하여 전쟁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쟁터는 모든 인간사회의 윤리가 마비되는 곳이다. 그런 곳을 어찌 직장에 비유할 수 있는가? 밖이 지옥이기에 나갈 수 없다는 이유로 아니면 총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총을 겨누거나 쏘는 행위가 허용될 수 있는가? 심지어 상대는 자신을 방어할 그 어떤 무기조차 소지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권위주의를 부정하는 MZ세대가 진입하였다고 조직사회가 탈권위화되었다고 보는가? MZ에겐 위선과 가식이 없을까? 아니면 위선과 가식도 학습되거나 전염되지 않을까? 전쟁터라면 말이다. 직장을 전쟁터라고 인식하는 순간 너는 못할 게 없다. 힘이 있다면 모든 게 허용되는 곳. 인류문명 이래 그런 곳은 전쟁터밖에 남지 않았다. 2025년 조선의 직장은 여전히 야만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근대화하지 못한 대한민국은 여전히 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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