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낙산우공 Jul 24. 2021

끈끈한 혹은 끈적끈적한

가족같은 조직문화의 실체(2016.4.21)

* 끈끈하다 : 끈기가 많아 끈적끈적하다. 몸에 땀이 배거나 때가 끼어 기분이 산뜻하지 못하다. 관계가 매우 친밀하다.

* 끈적끈적하다 : 자꾸 척척 들러붙을 만큼 끈끈하다. 자꾸 검질기게 굴만큼 성질이 끈끈하다.

-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사전적 의미로는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재밌는 것은 끈끈하다를 설명할 때는 끈적끈적하다를 인용하고, 끈적끈적하다를 설명할 때는 끈끈하다를 인용하고 있다. 고로 끈끈하거나 끈적끈적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두 단어의 의미를 알아낼 수 없다. 따라서 수식어나 부사구를 통해 의미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끈끈하다는 끈기가 많거나, 몸에 땀이 배거나 때가 끼었을 때의 느낌이다. 다만 인간관계에서 표현할 때는 긍정적인 의미로 친밀감이 높음을 빗대는 말로 쓰인다. 이 생뚱맞은 단어들을 들고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끈끈하다와 끈적끈적하다는 물질의 상태나 성질을 표현할 때는 구분되지 않지만, 인간관계에서는 확연히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긍정, 하나는 부정이다. 똑같은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 이렇게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을까. 단어에서 오는 어감의 차이 탓일 수도 있고 누군가 무심코 구분하여 쓰던 것이 구전을 통해 오랜 시간 굳어졌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다르다.

팀워크가 좋고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남다른 조직을 가리킬 때 끈끈하다고 한다. 반면에 달갑지 않은데 끈덕지게 달라붙고 친한 척하려는 관계 혹은 친한 듯하면서 묘한 경계심이 흐르고 겉으론 화기애애하지만 은근히 디스(?)하는 분위기를 끈적거린다고 한다. 사전에서는 이를 검질기다고 비유하였다. 성질이나 행동이 몹시 끈덕지고 질긴 것을 검질기다고 한단다.

검질기게 불편한 관계는 끈적끈적한 것이다. 불편하면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로의 존재를 방관 내지는 외면하여 주면 좋을 것을 굳이 그 어색한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달려들어 오히려 더 썰렁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끈적끈적한 관계가 아닐까? 이렇게 우리는 끈끈한 관계를 갑으로 치고 끈적끈적한 관계를 비하하지만, 21세기 조직문화에서는 둘 다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조직이건 공적인 업무로 맺어졌다면 끈끈할 필요도 끈적끈적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을 만큼의 상식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면 그만이다. 설령 그들이 십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솥밥을 먹는다 해도 그들은 식구가 아니다. 철저하게 공적인 관계일 뿐이다. 물론 긴 시간의 때가 묻고, 살면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을 때로는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인간적 유대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하게 1대 1의 사적인 관계다. 조직 구성원 전체의 공감대로 확장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남이가?" 끈끈한 조직에서 흔하게 회자되는 말이다. 나는 단호히 말하고 싶다. 우리는 남이다. 그리고 그렇게 떠드는 누구든지 남처럼 행동한다. 우리는 한 식구, 가족 운운하는 이들의 행태를 지켜보자. 그 조직이 가족처럼 느껴질 때는 없다. 가족이라고 떠들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진짜 가족은 진정성 없는 말잔치 따위에는 관심 없다. 행동이 앞서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족 운운하면서 구성원을 충동질하는 것은 숨겨진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목적은 대개 두 가지 경우로 수렴된다. 자신이 곤경에 빠졌거나, 곤경에 빠진 누군가를 구해주고 싶은데 혼자 힘으로 버거울 때다.

우리는 남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리고 지구촌은 공동운명체다. 남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되, 공동운명체라는 소속감과 연대의식만 공유하자. 그것이 가족 운운하는 모든 끈끈하거나 끈적끈적한 관계보다 아름답다.



끈끈하다와 끈적끈적 하다의 공통점은 '' '끈적'이라는 동어반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언어학자의 발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문외한으로 느낌을 말해 보면, 의미의 강도를 강화하기 위해 동어반복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끈적하다"라는 말은 가능하지만, "끈하다"라는 말은 없다. , "끈적"이란 말이  강한 느낌을 갖기 때문에 동어반복을 했을 때조차 끈끈하다 보다  부정적이고 질퍽거리는 느낌을 주는  아닐까? 궤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직을 사랑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