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니까
https://youtu.be/LbGaHbfsBM0?si=OVifVAwM2bHEH4w7
204라는 그 숫자를 듣기 전에는 두려움에 차마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없어서 몸을 옹송그렸는데, 가결 204명을 듣자마자 웅크린 몸을 펴고 환호성을 질렀다. 환호성인지 비명인지 모를 목소리와 함께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간의 긴장이나 불안이 해소되어서 그런 것인지, 혹은 그 순간에 집회 주최측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틀어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둘 다일 수도 있겠다.
https://youtu.be/Clla3focISU?si=TlI2PLOzAw4S92HC
정말로 정치는 나의 삶과 무관한가?
결단코 그럴 수 없다. 정치로 인해 모든 시민들이 일상을 잃어버릴뻔했다. 심지어 저들을 지지하는 이들조차도! 우리가 사는 사회의 규칙을 정하는 그 모든 절차가 어떻게 무관할 수 있을까. 단지 내가 직접 목소리를 내기 힘드니까 나의 대리인을 내세우는 거지. 그러면 대리인을 보내는 것으로 끝나는가?
그러니까, 선거가 정말로 민주주의의 꽃인가?
이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끝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단지 이번에는 천만다행으로 물리적인 피를 먹지 않았을 뿐이다.(그렇지만 혹시 앞으로는 어쩌면...? 이런 로베스피에르 같은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삶을 바꾸고 싶다면 여태 살았던 것처럼 살아가면 안 된다. 그곳이 어디든 광장에 나서지 않고 '저들의 일은 저들의 일,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또 지나간다면 '1년 지나면 또 뽑는' 사태가 일어날 거다. 정치인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고정관념은 바꿀 수 없다. 그걸 어떻게 바꾸냐는 정치혐오적인 사고는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건가? 나쁜 정치인이 짜놓은 프레임에 걸려서 빠져나오지 않는 건 도대체 누구냔 말이다!! 교과서 속의 번지르르한 말이라고 치부하며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온갖 입법 과정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게 도대체 누구인가?!
https://youtu.be/tx7skwxUiPk?si=h2yyia3PVfVWDrRn
우리는 공화정의 시민이다. 우리가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지나칠 수 없다. 이 사회의 모든 것은 결국 우리 일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었으니까.
무항산무항심. 나도 좋아하는 말이다. 헌데 산産에만 매달린 결과가 이것이다. 역사와 '공화'를 잊은 이들이 만든 나라가 여기까지 왔다. 단순히 거악이라 불릴만한 존재가 사라질 가능성에 가까워졌다고 멈추면 안 된다. 이제 진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 응원봉으로 표상되는 사람들이 단순히 학식(내가 썼지만 비웃기는 단어다. 그 공부 잘했다는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뭘 하는가? 하지만 오늘 귀갓길에 어느 어르신으로부터 '젊은 것들이 배운 게 없어서'라는 일갈을 남긴 것이 인상적이라 여기에 남긴다.)이 짧아서 왔겠는가? 단순히 사람들이 가자니까 와! 하고 젊은 혈기에 취해서 온 걸까?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아서 온 걸까?
부정한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 이렇게 살아서도 안 된다.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쫓아'서 온 거다. 어디로 가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는 아니다. 우리는 다음으로 가야한다. 우리에게 68이 없어서 사회의, 의식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일으켜야 한다. 늦지 않았다.
공화주의를 하자. 우리는 진짜 정치를 해야한다. 집회라는 거대한 정치행위를 통해 우리는 서로 연결되었음을 체감했다. 정치는 개인을 공동체로 만든다. 혼자 있게 두지 않는다. 서로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파편화되고 조각난 사회가 하나로 돌아오는 방법에 정치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련의 사태가 헌법에 기초하여 끝났다고 치자. 그러면 이제 피 흘리는 자가 정말로 없는가?
여전히 아니다! 이번 집회에서는 유난히 약자의, 소수자의, 주류에서 배제되어 정상성의 궤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아주 많이 호명되었다. 그들의 피는 오늘도 길바닥에 흐른다. 여성,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청소년, 그리고 결국 나도 여기서 호명하지 못한 이들이 이번에 얼마나 많이 마이크를 잡았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군주의 지배를 받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를 통치하는 나라다. 스스로를 통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도대체 얼마나 많이 지나쳤던가...
나부터 반성한다.
오늘은 승리했을지언정 내일 누군가는 또 패배할 거다. 어쩌면 오늘도 패배한 길거리의 투명인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가야한다. 차디찬 거리에 가장 소중한 것을 들고 나온 이들의 손을 서로 잡기를 바란다.
https://x.com/Psyam_/status/1867796032010215854
정당에 가입해도 좋다. 시민단체에 가입해도 좋다. 활동가로 지내기 어렵다면 마음 맞는 곳에 정기후원을 해도 좋다. 내가 항심恒心하기 위해 항산恒産에 매진해야 한다면 내가 당신들과 함께 한다는 손길 하나 정도 건네는 게 뭐가 나쁘겠는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그래, 귀찮고 할 일이 많다.
괜히 저속노화샘이 노동시간을 줄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많은 논리적 비약이 있음...)
지난주부터 모인 거대한 열망이 사회까지 바꿔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집회하기 힘든 여의도를 떠나 친숙한 광화문으로 갈 때가 되었다. 여의도로 가는 게 익숙찮아서 지하철을 몇 번이나 잘못 탔는지. 여의도는 정말로 집회하기 나쁜 곳이다.
앞으로는 지난한 투쟁이다. 지치지 않기 위해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