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을 쓰기 위해 처음으로 책 리뷰 글을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워낙 광범위했고, 하나하나 다 주절대며 다룰만한 주제들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썼는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리뷰들을 읽으며 내린 결론은...'아, 밑줄 좀 그어가며 읽을 것을 그랬다'. 하다못해 어디 발췌문 적어두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이래서 기억과 추억 사이에 기록이 있다고 하나보다.
읽는 내내 가장 크게 느낀 것 중 하나...정규직 채용하라.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바탕은 역시 돈이 아닐까?? 내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보장, 내가 이 일을 해도 굶어 죽지 않을 거라는 보장...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은 무슨 계급이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생각하다 우리는 고작해봐야 우주의 점...점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지만!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생각하며 인격 수양을 할까? 그렇지만 상술했듯 연구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나라면 인격 수양은커녕 인격 파탄이 올 거다. 어쨌든 이런 자연과학자들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이해에 아주 약간의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찾아보았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265p
인간은 싫지만 인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진짜 미친 듯이 뽕이 차오르는 대목이다...어떻게...이런 말을? 천문학자는 정말로 낭만적인 과학자가 맞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이거 쓰고 바로 위에 비슷한 말을 써놨다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그만큼 감격적이란 뜻이다.
최근 트위터에서 '각종 작품에서 나오는 자멸한 고대 문명 종족'이 지금 인류가 아니냐는 요지의 트윗을 본 기억이 난다. 인류의 미래에 미약하게나마 기여하는 입장에서(이렇게 쓰니 굉장히 거창해보인다만)우리의 앞날을 생각하면 하염없이 막막해진다. 지금 당장, 시시각각 변하는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더할 거다. 산호 연구자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환경 관련 연구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연구자들은 인류의 대리자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쓴다.(물론 모든 연구자가 다 그런 사명감을 지녔냐면 그건 아닐 거지만...)연구자들은 필연적으로 낙관적인 관점을 지니려고 애쓸 수밖에 없겠다. 이 연구가 인류의 미래에 기여할 거라는 느슨한 기대. 뚜렷한 결과가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일에 의미가 있을 거라는 희미한 희망. 천문학자는 실험을 할 수 없는 과학자 중 하나랬는데,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겸허하고 간절한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겠다.
위에서 다루는 주제가 워낙 광범위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겠다. 수필은 개인을 투영하는 글이고, 우리 개인은 별의 자녀인지라 우주를 닮았으니 다채로운 소재가 나오는 게 이상할 것도 아니다. 알찬 우주는 하고 싶은 말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