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주는 창비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표지부터 정말 귀엽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몽글몽글함이 표지를 넘기기 전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다른 어떤 색도 아닌 노란색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포근함이 아이들에게도 와닿았나보다. 교실에 비치해두었더니 겉표지에 벌써 손때가 끼기 시작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말하고자 하는 바에 반드시 대응되는 문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맥락이 맞닿는 지점이 있어서 인용하였다. 대화를 하든 글을 쓰든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어휘력을 요구한다. 학교에서 다양한 지문을 접하고 말뜻을 헤아리는 까닭은 여기에 있을 거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학교밥을 먹다보니 아이들의 평균적인 어휘 수준에 대한 인상 비평이 가능해졌다. 어휘력을 수치로 나타낸다면 그 수치 자체는 무시무시하게 떨어지진 않았을 거다. 피사(PISA) 읽기 순위를 근거로 제시하겠다. 그러나 그 질이 깊어지거나 좋아졌냐면...그건 잘 모르겠다. 어휘력을 여러 분야로 나눴을 때, 기존의 활자 매체 어휘를 고전적 어휘라고 칭하고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하여 파생되는 각종 신조어, 밈 등을 최신 어휘라 한다면 고전적 어휘력은 후퇴하는 중이 아닌가 싶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여러 표현을 쓸 수 있을 텐데, 다양한 상황에 하나의 표현...그러니까 본인에게 익숙한 한두 가지 표현만을 고집하는 어린이를 적잖게 만나왔기 때문이다.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라면 한두 가지 표현만 사용하는 아이들의 세계는 그만큼 폐색되었을 거다. 풍부한 표현을 사용하여 감성적인 글을 쓰는 사람을 오글거리는 선비쯤으로 취급하는 이들의 세계도 마찬가지리라. 아이들의 세계도 그래야만 할까.
<홀짝홀짝 호로록>이 그래서 반갑다. 어른이라면 의성어와 의태어 정도야 '껌'이다. 어른은 우리가 잘 알고 있기에 어린이들도 잘 알 거라는 착각을 쉽게 하기 마련. 부끄럽지만, 교단에 서는 사람들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좋은 그림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아, 이럴 때 이런 표현을 썼지', '이 표현과 이 색이 심상적으로 연관되지'...새삼스럽게 깨닫는 것들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괜히 책표지에 손때가 벌써 묻기 시작한 게 아니다.
1~2학년 국어 교과와 연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3~4학년 국어 교과와도 연계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시 수업에서 더더욱. 한 장면을 보고 그 장면의 의성어나 의태어를 활용한 시를 써본다든지...충분히 재밌는 수업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의 세계는 넓어지고, 어느 한 세대의 세계가 넓어지면 그 다음 세대의 세계도 넓어질 거다. 좋은 책과 좋은 책을 가지고 하는 수업이 세계를 넓히는 까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