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on the bright side.
창비 출간 전 교사 사전 서평단에 당첨되어 가제본을 받아 읽어볼 수 있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24.07.06. 추가)초판본이 출간되어 받아보았다. 학급에 잘 비치해둬야겠다.
장점은 곧 좋은 면이다. 좋은 면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냉정한 이성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냉소를 냉철함으로 포장하는 시절에 냉정이나 냉철한 시각보다는 다정한 마음을 끄집어내고 싶다. 특히 그 대상이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라면. 어른이 되면 냉소를 맞을 날이 하루이틀이 아닐 텐데 벌써부터 그런 마음을 쥐어주고 싶지 않다.
「너의 장점은」은 따뜻한 시각으로 주변 사람들의 좋은 면을 바라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서준의 경험세계를 따라가다보면 주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특히 서준이 독자들 중 아직 마음을 다 열지 않은 어린이 독자에게 '신중함도 네 장점'이라 말을 건네는 장면이 그렇다.
현실세계 속 인물은 타인이 자신을 의심하거나 어떤 시도를 권유했을 때 주저한다면, 그 타인을 향해 열었던 마음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독자와 대화한다면 더더욱 그렇다.(물론 일부 독자를 속이는 화자들도 있지만, 이는 특정 문학 장르의 장르적 특징인 것으로 하자.)책장을 넘기면서 어린이 독자들은 자신의 든든한 아군을 만나며 시작하니, '내 편' 하나 없는 아이들도 친구 하나를 사귀게 되는 셈이다.
초등학생과 지내다보면 3학년과 4학년, 4학년과 5학년, 5학년과 6학년이 겨우 한 학년 차이날 뿐인데 참 많이 다르다. 학년군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또 특성이 다르다는 말이다. 저학년에게 한 차시 동안 적용할만한 짧은 책은 참 많은데, 고학년에게 적용할만한 책은 그 책이 아무리 좋아도 한 차시 동안 다 다루지 못할 때가 참 많다. 또,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저학년에게 쓰기 적당한 책은 고학년들이 보기에는 너무 단순하다. 이런 측면에서 「너의 장점은」은 4~5학년 수준에 적당하고, 수업에 활용하기에 그 분량이 참 적당하다. 인물들이 지닌 장점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 이야기가 제시되어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황을 깊이 있게, 조금 더 '어른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교실 앞에서 백날 '친구의 좋은 점을 찾아봅시다'라고 해도 장점이 될만한 거리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내 목만 아프고 끝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가 제시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장점으로 볼 것인가' 또한 알려준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판단력, 집중력, 솔직함, 공평함처럼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아는 것만으로도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성장의 발판 하나가 마련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