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쓰는 답

나를 정리하는 사람의 흔들림

by 밤하

얘들아,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얻은 것들 중 소중 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 자신을 정리한 기록’을 고를 거야. 나는 그걸 내 이름을 붙여 “민희진 백과사전”이라고 부르고 있어.

시작은 우연이었어.
나의 언니가 어린 시절 노트에 끄적여 놓은 짧은 메모를 보게 됐는데, 그 메모의 제목이 “민희진 백과사전”이었거든.
나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모아놓은 그 기록이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제목이 내 마음을 끌었어. 어린 언니가 만들어준 제목을 가진 이 노트에는, 제목처럼 나의 모든 것이 담기게 될 거니까.

그렇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에도 대답하기 어려워하던 나는,
나를 나조차 모른다는 불편함이 싫어서 나에 대해 알게 되는 족족 백과사전을 열고 그 안을 채워갔어.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행동, 언제 집중이 잘 되는지, 몇 시간을 자야 개운한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은 것들도 기록했어.
내 고민과 모순, 나의 가치관, 사람들이 내게 남긴 말들 속의 ‘나’의 조각들.

나는 내 삶의 흔들림과 스스로 고민하고 찾은 답들을 기록해 나갔어.



그러다 어느 순간,
백과사전이 나를 객관화해 주기 시작했어.
누군가 “넌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흔들리지 않게 됐어.
그들의 말보다 내가 쌓아온 더 많은 “근거”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니까.

상대의 태도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빈도가 늘어났어.
내가 어떤 태도로 행동해야 마음이 편한지를 알고 있으니까.
상대에게 내 기분이나 존엄을 의탁하는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어졌어.

어떤 사람들은 말했어.
“그런 데이터는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건데 너무 AI같이 굴지 마.”
처음엔 그 말에 흔들렸었어.
경험을 따로 정리하지 않으면 스스로 처리도 못하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들렸거든.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느껴.

내 기록들은 시간에 바래버린 기억이 아니야.
여전히 살아있는 시간이자, 현재의 나를 지탱해 주는 튼튼한 기초가 됐어.
그 기초 위에서
나는 더 멀리, 더 높이 가게 될 거야.

나를 아는 일은
나를 지키는 일이고,
내 삶의 중심을 되찾는 일이야.

내 백과사전은 언제까지고 두꺼워질 거야.




백과사전에 넣으면 좋을 목록

1. 프로필
마치 만화 속 캐릭터 설명란처럼 간단한 정보를 정리한다
ex) 이름/생일/혈액형/취미/학교(전공)/수면패턴/좋아하는 책, 영화 등


2. 이상형
> > 정리하다 보면 이상형의 모습이 내가 되고 싶은 모습과 닮음을 알게 되고 노력할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상형은 곧 이상향.


3. 머릿속 이미지
학창 시절 많이 해봤을 것이다. 얼굴을 그린 후 머리 안에 평소 자주 하는 생각 등을 비중별로 적어 넣는다.


4. 장점/ 약점과 극복방향
자신을 객관적으로 정리한다.



이 외에도 목표나 가치관, 사회생활 규칙, 시련의 교훈 등, 네가 정리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가봐.

분명 너에게도 그 백과사전이 소중한 자산이 될 테니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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