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꿈

나비의 빛을 품은 존재들에 대하여

by 밤하

한 거미가 있었어.
거미는 나비가 너무 아름다웠대.
애벌레가 실을 뽑아 번데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나비로 변해 나오는 것을 보며
거미 자신이 가진 실도 자신을 아름다운 나비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래서 거미는 자신의 집에 날아든 먹이를 실로 똘똘 감싸듯
자신을 칭칭 감고는
그 안에서 하루하루 기다렸어.


나비가 되기를 하루하루.
자신의 모습이 집에 전시되어 있는 다른 고치들과 다름없는 모습이 되어가는 것도 모르는 채
또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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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의 실은 애벌레를 나비로 만들어주었지만, 거미의 실은 거미를 나비로 만들어주지 못했어.

거미는 나비를 너무 선망한 나머지 보지 못했던 거야.
애벌레의 실은 초라한 번데기밖에 만들지 못해도,
거미의 실은 튼튼하고 멋진 집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거미 자신의 실이 나비를 포함한 곤충들의 동경과 두려움의 상징이 된다는 걸.

거미는 알게 됐을까.
거미는 나비가 될 수 없음을.
하지만 나비도 거미가 될 수 없음을.



이건 나비의 아름다움을 품고 사는 거미의 이야기.
나비의 빛이 너무 눈부셔 자신의 빛을 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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