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나 울으나
나는 요즘 웬만한 일에는 화를 잘 내지 않아.
그동안 너무 스펙타클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이제 작은 불운쯤은 재미있는 사건처럼 느껴지기도 해.
사소한 피해를 입어도,
“심심한 일상에 에피소드 하나 생겼네.”
새똥에 맞아도,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어!”
누군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불쾌감을 줘도,
“오, 참신한데?”
이렇게 살다 보니 화를 내는 일은 줄고 웃는 시간은 늘어났어.
주변에서는 내가 주는 에너지가 밝다고 말하고,
자주 웃어서인지 요즘 더 예뻐졌다는 말도 듣게 돼.
그런데 문득 깨달았어.
이 태도가 꼭 성숙해서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어.
일상이 비교적 평화로웠기에, 불편한 자극을 ‘재미’로 치환할 수 있었던 거야.
최근에 그 시스템이 무너졌어.
원치 않은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이사를 위한 서류를 준비하며 일을 병행했고,
결정이 끝난 뒤에도 사소한 문제들이 연달아 이어졌어.
그 와중에 말도 안 되는 일로 손을 다쳐 일에 지장이 생겼고,
어렵게 옮긴 냉장고가 고장 나 새로 사게 됐고,
치료받으러 간 병원에서는 오히려 상처를 더 벌려놨어.
비는 쏟아지고
버스는 어긋나고
젖은 채 손님을 맞이해야 했어.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왜 이렇게 되는 게 없냐”는 목소리와
“비 맞으니까 재밌잖아!”라는 목소리가
동시에 울리고 있었어.
화는 나는데 웃어야 할 것 같았어.
즐겁게 살자고 만든 나의 규칙이 오히려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지.
그 후로도
설거지하면 그릇이 깨지고,
일정이 어긋나고,
간만에 가는 여행에서는 교통사고가 났어.
나중에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더라.
너무 일이 안 풀리니까
내가 뭔갈 하면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괜히 더 조심하고 더 살피게 됐어.
그런데도
이상하게
결국엔 늘 해결이 되더라.
완벽하진 않지만
어쨌든 지나는 가더라.
요즘은 이렇게 생각해 봐.
지금의 이 일들은
인생을 방해하는 비극이 아니라
조금 귀여운 장애물일지도 모른다고.
봐봐,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또 생겼잖아.
원래 이 글은 “삶을 즐기며 살자”는 말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살다 보니 알겠어.
즐겁게 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네.
그래서 나는
더 의식적으로 웃으려 해.
웃으나 울으나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웃으며 살래.
내가 웃는 건
생존해야 하기에.
언제나 즐거울 수는 없어도 대체로 즐거웠으면 좋겠어.
작은 해프닝 앞에서는 웃음을 아끼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즐거운 사람에게는 매일이 잔칫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