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현아

by 오늘도 나마스떼

나현 님!

장시간 비행 시작 직전 요가라... 너무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다음에 저희가 다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그때 다 같이 요가 한판(?) 찐하게 하고 떠나봐요!!


여행에서 좋았던 순간이라...

저는 여행이라면 다 좋았던 것 같긴 한데, 차근차근 기억을 떠올리면서 편지를 써 볼게요.


저는 즉흥적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도 좋고, 어느 정도 계획을 짜보고 가는 긴 여행도 좋아해요. 그런데 저는 혼자 가는 여행보다는, 누구와 함께 가는 여행을 상대적으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중에 만나서 웃고 떠들며 이야기할 추억거리들이 많이 생기는 게 좋아서요.


“나현아~ 우리 그때 같이 프랑스 여행 갔을 때, 도착해서 첫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지하철에서 사기당했던 거 기억나지?ㅎㅎ 변호사들이 여행 첫날부터 사기를 당하다니. 장시간 걸친 비행에 피곤에 찌들어서 다들 넋을 놓고 있었던 걸까. 그때 우리 사기당한 지도 모르고 해맑게 지하철을 탔는데, 배가 많이 고팠는지 너가 지하철 좌석에 앉자마자 빵을 아주 허겁지겁 맛있게 먹고 있던 모습이 생각나.”


이렇게 그때를 떠올리면 할 말이 많아지는 자잘한 추억들이 있는 여행이 좋아요.




또 의무감보다는 자유가 느껴지는 여행이 더 좋은데요.


‘무엇을 해야 한다.’ ‘어디를 가야 한다.’ ‘무엇을 봐야 한다.’ 등등의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느껴지는 여행보다는, ‘거기 한번 가볼까?’, ‘걷다 보니 여기 이런 좋은 데가 있네. 여기 한번 들어가 볼까.’하는 마음으로 다니는 여유가 있는 여행이 더 좋아요.


리뷰를 찾아보지 않고 즉흥적으로 선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기대 이하였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추억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한 없이 걷다가 발도 아프고 배고프고 너무 지쳐서 급히 들어가게 된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파스타’라고 추천해 주길래 주문을 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거무튀튀한 가자미 같은 생선 한 마리가 통으로 떡~하니 올려져 있는 파스타가 나와서 경악을 금치 못했던 추억...이랄까 ㅎㅎㅎ(아직도 접시에서 저를 바라보던 그 커다란 검은 생선의 눈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여행은,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그 순간도 즐기게 하지만, 나중에 떠올렸을 때 여행했던 그때로 시간여행을 하면서 다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 주기에 틈틈이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만드는 것 아닐까 싶어요.


‘시간여행’이라고 쓰다 보니 생각나는 여행이 있는데요.


의도치 않게 제게 잠시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던 기간이어서 여행은 가고 싶은데, 그때 당시 상황상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훌쩍 떠났다가 돌아왔던 여행이었어요. 혼자 갔었기 때문에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던 여행이었어요.


그런데 그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한참 후 가족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가셨을 때 찍었던 사진을 봤어요.


제가 쓸쓸했었던 느낌으로 기억했던 그 여행의 동일한 장소들에서 저와 비슷한 포즈로 찍으셨던 사진이 있더라고요.


그때 아버지의 나이가 아마 제가 여행을 갔을 때의 나이와 몇 살 차이 나지 않았을 때였던 것 같은데, 제 나이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여행지 장소는 전혀 변함이 없이 아주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 긴 시간이 흐른 후 제가 동일한 장소에서 아버지와 그렇게 비슷하게 사진을 찍었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그 사진을 본 후로 그 여행은 제 기억에서 더 이상 쓸쓸했던 여행으로 생각이 되지 않더라고요. 아버지가 가셨던 길들을 제가 시간을 거슬러 다시 걸었던 것 같아 제게는 의미 있는 여행으로 기억에 남았어요.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예전부터 참 좋아하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나오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뿐, 마지막 도착하는 곳은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벤자민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지게 되는데요. 나중에 자신이 자신의 딸보다 더 어려지게 되어 딸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딸에게 편지를 남깁니다. 그 편지 내용을 적어 보며, 저의 이번 편지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살아가면서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건 없다.

넌 뭐든지 될 수 있어.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단다.

지금처럼 살아도 되고 새 삶을 시작해도 돼.

최선과 최악의 선택 중 최선의 선택을 내리길 바라마.

네가 새로운 것을 보고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껴보길 바란다.

너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후회 없는 삶을 살면 좋겠구나.

조금이라도 후회가 생긴다면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하렴.”



저와 여러분들 모두, 최선의 선택을 내리면서 이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껴보며 후회 없이 살아낼 수 있는 한 해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참.

요즘엔 '갈 수 있을까?' 마음 졸이며 요가수업 신청을 하고는 하는데요. 시간이 맞아서 운 좋게 다능님 요가수업을 들으러 가는 날이면 여행을 가는 것마냥 신나고 설레기도 해요.


그런데 운 좋게 요가하러 갔어도 수업만 듣고 빠르게 나오기 바빠서 서로 이야기를 잘 나누지 못했네요.


다능님,

새해를 맞이한 요즘,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 혹은 용기를 내서 시작해 보는 것들이 있으신가요?

다능님 새해 이야기가 듣고 싶네요.




[사진 : 황현아 作, 판테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