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능
현아 님의 편지에 '아버지가 가신 길을 그대로 걷는다.'는 말이 너무 좋아요.
제가 어젯밤에 핸드폰을 보다가 '본인이 아는 글이 많을수록 아름다운 말을 뱉을 수 있다.'는 문장을 읽게 되었거든요. 보내주시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저에겐 그런 언어들이 하나씩 쌓이고 있는 것 같아요.
화요일 현아 님의 얼굴이 왜 이리 아른거리는지 맘도 쓰이고 그랬어요. 그런 마음 때문인지 고향에 내려갔다 오자마자 편지를 다시 한번 읽고 답장을 써 내려가고 있어요.
현아 님께서 요가원에 오며 가실 때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데 그냥 옆에 묵묵히 있어드려야겠다란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버팀목이요. 제가 큰 나무가 되어드리지 못하지만 변하지 않는 형태로 있다면 그것 또한 위로일 수 있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 친구가 저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사람은 늘 변하더라. 넌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이요
그게 그 친구를 안심시키고 위로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 수 있고 마음도 변할 수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이어야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쉽지 않을 거지만요.
제가 요즘 사랑이란 단어를 자주 쓰거든요. 친구들에게도 가족에게도 사랑받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마음껏 사랑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요. 그래서 사랑의 뜻을 찾아봤는데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쓰여있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들이 들게 되는 순간들이 많이 찾아오는 일상을 지내고 있어요. 또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나부터 사랑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도 고민하게 되고요.
현아 님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저는 요즘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조금 더 짙어지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2학기에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어요. 명상공부를 해야 하나, 몸에 대해 공부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체육학과를 가기로 결정했어요. 사실 주야간이 섞여있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것도 있고요.
나중에 대학원 공부가 너무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 공부하고 싶은 과목도 생기기도 했어요. 전공을 검색하면서 아 나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지 또 알게 되는 시간도 가진 것 같아요.
그 외에 한 가지 더 해보고 싶은 게 생겼어요.
TV를 보는데 웨딩업체에서 꽃꽂이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어요. 항상 색감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단 열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꽃꽂이라면 정말 많은 색감들을 배열해 보기도 하고, 또 무언갈 만들고 정리해 놓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저에게 여러면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올해엔 위 두 가지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체력만 받쳐준다면 참 좋을 것 같지만요.
제 삶이 어떤 방향성으로 흘러갈진 모르기에, 또 원하는 것만 나열하고 살아가는 시간도 언제까지 진행될지도 모르기에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요즘은 자책하는 마음도 사라지고 몸은 힘들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네요.
설 연휴에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 가서 '모험'을 주제로 한 전시를 다녀왔어요.
화려한 색감도 보기 좋았고, 그중 카드를 뽑아서 마지막에 카드에 적힌 글귀를 확인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세상은 한 권의 책이고, 모험하지 않는 사람은 한 페이지만 읽는다”
이 글귀가 요즘 저에게 가장 와닿더라고요.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경험들을 자주 마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불안해하는 마음보다 빛을 따라가면 아름답고 흥미로운 순간들을 발견할 거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현아 님! 빛을 따라가 보는 건 어떠세요?
그냥 문득 한 번씩 '빛'이라는 글자를 생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서요. 자주자주 언급하고 표현하면 닮아간다고 하잖아요.
요즘 요가원에서 자주 뵈어서 좋아요. 얘기를 많이 못 나눌 때가 많지만, 그래도 얼굴 뵙고 수련 안에서 도와드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선선생님!
선생님은 요즘 귀 기울여서 듣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실까요?
[사진 : 김다능 作, anjaneyas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