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짓는 요가원

지선

by 오늘도 나마스떼

예전에 핸드 스탠드를 하고 싶은 의지로 활활 불타올랐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이렇게 손목이 얼얼하게 느껴진 적은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근래 계속 몸을 쓰는 일만 하다가 머리 쓰는 일을 하려니 어쩐지 좀 낯설게 느껴지지만 파스를 붙인 뻐근한 손목과 손가락을 풀어가며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보겠습니다.




요즘의 일상을 이야기해 드리자면, 저의 색깔이 담긴 작은 요가원을 오픈하려고 ‘반셀프 인테리어’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월세 내는 날은 빠르게 돌아온다더니, 어느덧 상가를 계약한 지 3주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단순하기도 하고 고되기도 한 날들이 반복되었는데요, 해가 뜨면 눈을 뜨고, 어제 입었던 옷을 다시 걸치고, 때로는 세수도 못한 채 지하철에 오릅니다. 잠은 지하철에서 깨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단 몸을 싣고 보는데 흔들리는 지하철이 꼭 출정하는 군함의 출렁거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전기나 난방 공사처럼 전문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될 수 있으면 제 손으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반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벽면의 못 자국이나 커다랗게 뚫려 있는 콘센트 박스 매입 구멍들을 원래의 벽처럼 매끄럽게 메우는 일부터 시작해서, 이 공간에 대해선 제가 모르는 게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전기 배선이나 목공, 배관 작업이 진행될 때도 옆에서 꼼꼼히 지켜보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직사각형의 단순한 공간 하나를 만드는 간단한 일 같았지만 이 안에 얼마나 많은 공정이 겹겹이 쌓여야만 비로소 하나의 요가룸이 완성되는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다섯 시간 넘게 걸린 에어컨 설치도 그 옆에서 전 과정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기사님들이 의아해하시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처럼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을 알고 싶은 욕심을 사람에게 부리게 되면 그 관계가 보통은 슬픈 끝을 맞이하게 되지요. 하지만 요가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대상에 대한 이 모든 참견과 간섭이 허용되는 덕분에, 저는 요가원을 하나의 생명체처럼 여기고 아주 즐겁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주변의 많은 분들의 응원으로 매일 전장에 나가는 장군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실 요가원을 준비하면서 겪는 모든 고된 일들은, 어쩌면 제 개인의 욕망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반작용일 뿐인데, 과분한 응원을 받을 때면 부끄럽기도 하고 송구스럽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응원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고, 아기 참새가 모이를 받아먹듯 순수하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전기 공사를 끝마치고 사용 승인을 위해 한국 전력에서 검침원 아저씨 한분이 나오셨는데요, 그날 생전 처음 보는 저에게 너무 따듯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시더라고요, 많이 힘든 시기이지만 열심히 하면 못할 일이 있겠냐고 씩씩하게 응원을 해주셔서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올해 초에는 시골에 사시는 엄마가 인천에 오셔서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엄마가 앞에 서 계신 분에게 갑자기 짐을 들어주겠다고 말을 거시는 바람에 그분이 화들짝 놀랐던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2~30년 전 시골에서나 대중교통에서 짐을 대신 들어주던 문화가 있었는데, 아직도 그 시절에 머물러 살고 있는 엄마를 보니 왜 이렇게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를 보는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도시에서는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말을 걸거나 참견을 하면 실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하나 한참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타인과 지인의 경계가 점점 뚜렷해지는 요즘 사회에서 두 집단 모두에게 응원은 받게 되는 일을 겪어보니 마음이 정말 건강해지고 굳건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렸던 날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찍 독립한 결과로 어른들에게 이런저런 상처들을 많이 받기도 했었는데요, 요즘에는 벽에 못 구멍을 하나씩 메우듯 저의 상처들도 스스로 하나씩 메워가고 다시 마음을 반듯하게 정비하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저는 마음속에 저만의 새로운 요가원을 하나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현 님이 언급해 주신 [요가는 신체운동이라기보다 마음과 생각의 연습에 가까운 것 같다]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과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요가에서는 물리적인 육체를 ‘거친 몸’으로 보고, 마음이나 생각과 같은 비 물질적인 영역을 ‘섬세한 몸’으로 보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거친 몸인 육체를 수련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섬세한 몸인 마음 역시 수련의 영역으로 여겨집니다.

요즘은 이 두 영역을 모두 수련하고 있는 것, 특히 스스로 마음에 구멍을 메우며 요가원을 단단히 짓고 있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다능 선생님께서는 이 무더위에 자신만의 여름 수련 노하우? 같은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계절에 따른 몸의 변화를 느끼시는지도요..^^




[사진 : 이지선 作, 마음에 짓는 요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