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능
저희 연락을 주고받는 메신저 안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얼마나 바쁘게 살아가고 계신지 고스란히 느껴지는데요.
저는 최근 케이블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는 요가방송을 촬영하고 왔어요. 방송국에 어떠한 연도 없고 인플루언서도 아닌 제가 하고 싶다는 이유로 무작정 직접 방송국에 이메일을 보냈어요.
제 유튜브영상과 sns주소, 제 소개를 담아 메일을 보냈는데 몇 시간이 안 걸려 답장을 주셨어요. 프로필 사진과 이력서 그리고 기획안을 보내달라고요. 괜찮으면 같이해보자고요.
아무것도 없는 저에게 해보자고 제안해 주시는 게 너무 놀랍기도 하고 혹시 이메일주소가 잘못 표기되어서 혹시 사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그렇게 방송촬영 당일 전까지 2주 정도 긴장과 설렘의 시간을 보내면서 촬영준비를 하였는데요.
나름의 다이어트, 수업연습, 15개의 다양한 주제의 시퀀스도 짜며 또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들을 참고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그것에 몰두해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 당일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다행히도 pd님께서 저를 환한 웃음과 함께 맞이해주시더라고요. 첫인사로 "궁금했는데 굉장히 차분하네요? 적극적인 성격일 줄 알았어요." 하시더라고요.
누구보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저에게 어떠한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요. 작가님께 들은 내용은 이렇게 메일 보낸 사람도 처음이고 pd님께서 적극적인 사람을 좋아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운이 좋았던 거지요.
번외로 제가 20대 시절 마음이 많이 약해졌을 때 흔히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시달리고 있을 적에 위안이 되었던 글배우 작가님의 책을 보다가 얼굴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파주 헤이리마을 작가님 서재에 찾아간 적이 있어요.
한 시간 정도 작가님의 살아온 이야기,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또 저의 지금 상황들, 제가 아파온 이유들을 나누며 그저 스승과 제자처럼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요.
작가님께서 마지막에 저에게 "다능님, 지금처럼만, 저에게 찾아온 것처럼만, 살아가세요."라고 하셨던 기억이 문득 나네요.
아마 무언가 난관에 봉착하거나 꼭 해야 한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란 말씀이셨을까요?
그 이후로 제 마음의 병은 천천히 사그라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아마 마음의 위로가 필요했던 걸 수도 있고 왜 그랬는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나아지고 싶어서였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번 방송촬영도, 작가님을 찾아갔던 그 시절도. 너무 잘해보고 싶은데 잘 안되었을 때 작가님을 찾아갔었고 방송국에 메일을 보낼 때는 서울에 혼자 살아가고 있는 제가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이 많은 시기였었거든요.
또 촬영을 계기로 제가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기도 했어요. 문을 두드리다 보면 기회가 또 다른 기회를 연결해 주는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나고 pd님께서 인터뷰 잠깐 할 수 있는지 여쭤보셔서 조명과 테이블을 오랜 시간 공들여 세팅한 뒤 인터뷰를 시작하였는데요. 그렇게 8시간이 넘는 요가수업은 잘 마친 뒤 인터뷰에서는 저를 고스란히 드러내기 힘들어하는 제가 튀어나와 버렸어요.
저에 대해, 요가강사 '김다능'에 대해 질문하는 그 순간순간이 너무 힘겹더라고요. 저라는 사람을 예쁘게 드러내기 힘든 저에게 오랜 시간의 촬영보다 가장 힘든 순간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저를 예쁘게 바라보지 못해서였을까요?
최근 현아 님과 대화 중에 "다능 선생님의 장점을 더 크게 부각해 보세요."라고 하셨었는데요. "매일 내 장점을 기록해 보라."는 말씀에 아침저녁으로 3개씩 적어 나가고 있는 중인데요..
이런 인터뷰에서 자신 있게 저의 장점과 이야기들을 펼쳐냈었으면 어땠을까 큰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아직 저를 긍정적으로 드러내기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요?
결국에 인터뷰는 무산되었고 다음으로 미뤄졌어요. 그래도 속으론 '정말 다행이다'를 외쳤었어요.
경험해보지 못한 어떠한 기회에 맞닿다 보면 제 경험도 쌓이지만 저란 사람을 또 한 번 바라보게 되고 또 고쳐나가려고 노력하게 되고 계속해서 기폭제가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저를 예쁜 보석처럼 다듬어 실력이 쌓이다 보면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사가 되겠죠.
못 뵌 사이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현아 님도, 나현 님도, 지선선생님은 저보다 먼저 그 길을 가셨으니 또 새로운 길을 맞이하고 나아가고 계시는 걸 보면서 저는 설레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고 그 길에서 제가 묵직한 힘이 되어드릴 수 있으면 늘 바라기도 하고요. 또 제가 그 힘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지선선생님의 물음에 대한 제 답을 생각해 보자면, 겨울과 가을을 좋아하는 제가 여름에 땀을 뚝뚝 흘리며 수련하는 것이 호흡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요. 여름 수련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따뜻하게 데워진 몸이 깊게 깊게 열릴 때면 후굴아사나가 허리가 아프지 않고 암발란스는 언제나 저에게 약한 부분이기에 힘들지만 데워진 몸이 한번 더 버텨내는 법도 알려주고요. 아침 일찍 수업이 많은 저에게 수업 가는 길이 참 환해서 무섭지 않고 일찍 도착하면 수련과 명상을 할 수 있어서도 좋고요. 밖에서 들려오는 자연소리도 좋아요. 장단점이 있는 듯해요.
지선선생님도 저와 같은 마음이시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 더위를 뚫고 매트에 앉아있으면 참 안심돼요.
현아 님, 제가 요가를 대하는 것처럼요. 제가 저에게 대하고 싶은 마음처럼요.
존재만으로 참 예쁘게 보게 되고 아껴보고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되는 어떤 것이 있으세요?
[사진 : 김다능 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