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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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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ul 30. 2024

우리의 앨범

때 이른 봄이었나 봐

따스한 볕 한 컵 따라다

낮잠 자는 너의 곁에 두면

한숨 푹 잘 자는 널 볼 수 있었지


사계 중 유독 짧았던 여름의 어두운 밤이

더 무섭다는 네게 유리병

반딧불이 가득 채워 마중 나가면

말갛게 웃으며 날 반기는 네가 있었지

가을은 하늘이 너무 예쁘다며
구름 구경하느라 앞도 안 보고

하늘만 보고 걷는 너만 보느라

이제야 알록달록한 세상 구경하는 데 너만 없네


하얗고 뽀얗던 너는

뽀드득 거리는 눈의 촉감을 참 좋아해서

눈을 찾아 하루 종일 총총총 뛰어다녔는데

이제 내 곁에는 하얗고 뽀얀 눈만 남았다


우리의 앨범에는

계절을 즐기는 너와

너를 바라보는 내가 남아있어

너무 예쁜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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