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봄이었나 봐
따스한 볕 한 컵 따라다
낮잠 자는 너의 곁에 두면
한숨 푹 잘 자는 널 볼 수 있었지
사계 중 유독 짧았던 여름의 어두운 밤이
더 무섭다는 네게 유리병에
반딧불이 가득 채워 마중 나가면
말갛게 웃으며 날 반기는 네가 있었지
가을은 하늘이 너무 예쁘다며
구름 구경하느라 앞도 안 보고
하늘만 보고 걷는 너만 보느라
이제야 알록달록한 세상 구경하는 데 너만 없네
하얗고 뽀얗던 너는
뽀드득 거리는 눈의 촉감을 참 좋아해서
눈을 찾아 하루 종일 총총총 뛰어다녔는데
이제 내 곁에는 하얗고 뽀얀 눈만 남았다
우리의 앨범에는
계절을 즐기는 너와
너를 바라보는 내가 남아있어
너무 예쁜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