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과정
[아직 어른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늘 주장해 오는 '행복'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조그맣게나마 만족스러우면 된다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나로 오늘을 보냈으면 만족하고 기쁨을 느꼈으면 그 순간은 내가, 당신이 행복을 느낀 순간이다.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과정은 별 거 아닌 행복이다. 화가 날만한 상황에서 어제보다 침착하게 대응하고, 내게 자잘한 이익이 생기면 누군가와 나누기도 하고, 오늘 좀 더 많은 것을 얻으면 누군가를 먼저 배려하여 양보하기도 하고, 옳은 일에 대한 기준을 쉽게 바꾸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관에 손가락질받을 만큼 문제 있지 않다면 스스로를 믿고 특별한 변화라는 이유가 있지 않다면 꿋꿋하게 가보기.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고 내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내가 어른으로 살아가며 행복을 지켜내 가야 하는 과정이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오늘따라 햇살이 너무 따스해서 기분이 좋고, 바람이 솔솔 불어 마음이 말랑말랑하다고." 다들 귀엽다듯이 웃었다. 누군가는 내게 철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나를 걱정했다. 사람이 너무 욕심 없이 산다고. 사람이 욕심이 있어야 하고, 자기 밥그릇을 지키고 호구가 안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호구가 되려고 일상의 행복을 챙기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의 일상에서 챙길 수 있는 나의 행복을 주워 담는 것뿐이다. 그리고 행복을 챙길수록, 나쁜 것에 대해 예민해진다. 오히려 나의 밝음을 끝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 원래 밝은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과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것은 없다. 그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이고, 행복도 챙기고 나눌지 아는 사람인 것이다. 나의 행복을 부지런히 모아가며 어디 한 구석 어두워진 부분을 모아둔 행복의 빛으로 조금씩 채워나가는 것이다.
또라이 질량 법칙처럼, 불행에도 질량 법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삶이 너무 불행했거나 큰 행복이 내게 찾아오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찾아올 행복이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를 책망하면 그늘만 커질 뿐 없던 불행까지 한껏 끌어올 수 있다. 행복이란, 작은 고생이든 어떤 사고든 그 어떤 것이라도 최소한의 대가를 치르거나 내가 행복을 만끽하고 받아들일 자격을 갖춰야 주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행복이 너무 많으면, 그 행복에 겨워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니 행복을 행복으로 받아들이고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행복이 선물처럼 찾아간다고. 세상에 의미 없는 노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허튼짓이라고, 헛된 짓 하지 마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생각하기에 필요하고 최선을 다했다며 언젠가 그 어느 순간에는 그때의 노력이 분명히 보상받는 순간이 온다고 믿는다. 최소한 그것이 작은 보상일지라도 반드시.
노력을 계속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점점 웃음을 잃어가기 마련이다. 특히 요즘같이 뭔가를 해보려고 할 때마다 좌절과 타이밍이 어긋나는 순간마다 곧 무너질 모래성에 헛된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힘든 시기가 반복되고 또 경험할수록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불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다. 스스로 갉아먹는 미련한 행동을 다시 하고 있는 중이었다. 실패도 성공의 과정에 포함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는 모든 순간이 초콜릿 같았다. 처음에는 쌉싸름했다가 달달함으로 바뀌는 것처럼. 나중에 받을 성공의 열매는 얼마나 달콤할까? 조금 덜 달고 과일을 맛보지 못하더라도 꽃이라도 보기로 했다. 마음먹은 만큼 실천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성과가 있으면 행복이 얹어지는 것이라고.
어느새, 당연해진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것이 있었다. 아파서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는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를 받아줄까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 좋은 곳만 찾고, 제약이 많은 현실을 원망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이라는 것을. 행복의 과정의 그 속에서 열심히 걸어가며 성과를 쌓고 있었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도 충분히 행복을 느끼고 있었는데 잠시 나의 행복을 놓쳤다고.
누구나 자신만의 행복이 있고, 그 행복의 과정 속에서 헤맬 수도 있고 길을 이미 찾아 당당히 걸어가고 있을 수도 있다. 행복의 길은 너무 먼 것도, 아주 가까운 것도 아닌 나와 적정한 거리에서 언제 어디서든 내가 찾을 수 있는 위치에 늘 함께하고 있다. 그러니 별도로 힘들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우리는 행복의 과정 속에서 살아오고 있었으니. 다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점 그 행복의 길을 찾아가는 요령과 방법을 하나씩 배워가며 '어른'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나는...
행복을 알고 나눌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