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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ul 07. 2024

봄날의 햇살처럼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늘 꿈을 꾸고 그 과정에서 꿈을 이루기도 하고 때론 이루지도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절망하지는 않았다.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았다. 또 꿈을 이룬 것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루기까지 지고 실패하는 것 역시 익숙해서 타격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언젠가 어떤 이가 내게 말했다. "나는 네가 참 부럽다. 꿈을 계속 꾼다는 게. 꿈 그거 아무나 꾸는 게 아니야. 꿈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꿀 수 있는 거야." 꿈에도 자격이 필요하다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물었다. "사람이 꿈을 가지려면 무슨 자격이 필요한 건데?" 그는 내게 이렇게 답했다. "꿈을 가지려는 노력. 꿈을 이루려는 노력. 지는 게 두렵지 않고 겁내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준비를 할 사람, 할 수 있는 사람. 나약함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 수 있는 사람" 문득 말문이 턱 막혔다. 그 사람이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을 줄 몰랐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나는 정신력이 강하고 지는 게 두렵지 않고, 실패하는 걸 처음부터 겁내지 않아서 꿈을 계속 꾼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지금 많은 걸 가지고 있지 않기에 꿈이라도 꿔야 했다. 그리고 꿈을 꿔서 하나씩이라도 이뤄나가야 했다. 나약해지는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약해진다는 건 단단해진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지켜봤던 그 사람은 이런 내가 그 누구보다 단단해 보였던 것이다. 자신을 믿는 그 믿음이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나의 장점으로 보았던 것이다.


가끔은 꿈을 이야기하며 해맑게 웃는 나의 모습에 본인도 모르게 따라 웃을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럴 때면 본인도 모르게 나의 단단한 마음을 뺏어오고 싶을 정도로 탐내본 적도, 약해질 때면 내가 보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도 했다. 마음껏 지고 마음껏 넘어지고 일어서서 다시 꿈을 꾸고 결국 꿈을 이루는 네가 너무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해서 곁에서 너무 오래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계속 지켜보다 보면 나도 꿈을 하나쯤은 가져보기도 하고, 이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때론 좌절도 하기도 하겠지만, 그때는 너를 만나면 괜찮겠지도 않겠냐는 그의 말에 나는 그냥 웃어주며 연락하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봄날의 햇살이 되어서 따스하게 비추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이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생각한 꿈은 빠르게 이뤄가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루고 싶은 본질적인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속도가 천천히 가더라도 괜찮다. 각자 본인만의 속도가 있기에 그 속도에 맞춰서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나를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만 생각하면 때론 눈물 나게 고마웠던 순간이 있었다. 때론 나조차도, 가족조차도 나를 못 믿는 순간에도 그 사람은 나를 응원했다. 그리고 그 응원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사람에게 묻곤 했다. 도대체 나를 이렇게까지 응원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는 내게 웃으며 말했다. 기대하게 만들어서라고 했다. 내가 노력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든 해내면 본인도 무언가 하고 싶어 진다고. 성공이면 더 좋고 실패여도 상관없다고. 본인을 열심히 살게 만든다고 너의 노력이. 그래서 너를 응원하게 만든다고. 


"보통은 누군가를 응원하면 그 사람만 움직이게 만드는데, 너는 너를 응원하면 다른 사람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어. 다른 사람의 마음도, 그 사람의 열정도 움직이게 해. 그래서 너를 응원하면 어느새 나까지도 응원하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어. 그래서 너를 응원하는 건 결국 나까지 응원하는 거야. 그러니까 꼭 네가 잘 됐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내게 여전히 같은 말을 한다. 그래서 늘 나를 만나면 요즘은 무엇을 하며, 요즘 꿈은 무엇이냐고 꼭 묻는다. 그리고 힘든 일은 없냐고도 같이 묻는다. 나보다 어린 네가 그 힘든 걸 다음에 봤을 때 또 이겨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다음에는 그 에피소드를 들려달라고 한다. 나는 내가 힘든 순간 그 어떤 위로보다 그의 위로가 내게 최고의 위로임을 알고 있다. 


때론 의도하지 않음에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응원을, 믿음을 주는 순간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똑같이 누군가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에게 사랑을, 응원을, 믿음을 받는 순간이 있다. 그 찰나의 순간은 많은 것을 바꾸기도 한다. 누군가의 시간 속에 잠시 머문다는 것,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해준다는 건 생각보다 그 사람 인생을 크게 바꾸게 만드는 일일수도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삶이 있고, 그 삶 속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무언가를 찾아가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잠시나마 다른 이의 시간에 잠깐 귀인이 되어줄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따뜻함과 응원을 나눠줄 수 있는 순간과 마음을 배워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어른'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나는...

꿈을 꾸면서 마음과 위로를 건넬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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