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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n Feb 05. 2019

첫날-1' 아무 준비도 없던 여행

나의 즉흥여행도 이랬을까

평소와 같이,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잠에서 깼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과인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을 켰다. 친구와의 카톡을 본 순간이 되어서야, 여행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짐을 싸기 시작했다. 첫날에 쌓는 짐이라니, 즉흥여행의 느낌을 더욱 살리기 위해, 어제 짐을 싸지도 않았다.  2박 3일의 약소한 일정이었기에, 캐리어를 끌고 가지 않고 백팩을 이용하여 이동할 생각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가지 않아서 일까, 평소에도 공항철도를 자주 이용해서 일까, 짐을 쌓는 중에도 여행의 설렘은 크게 없었다.


인터넷에서 부랴부랴 여행 준비물 리스트를 보고, 내가 빼먹은 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며, 짐 정리를 마쳤다. 그리고 분리수거할 것과 함께 집을 나섰다. (여행을 빼고는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다.)


그래도 여행이다. 감흥은 없지만, 여행을 살리고 싶었고, 여행의 흥을 살리기 위해 코인 노래방으로 향했다. 아침에 가는 것도 처음이고, 과연 목이 풀렸을까 했지만, 평소보다 즐거웠다. 그렇게 4곡 정도를 부르고 나니, 설레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진짜 여행이다.


공항으로 출발해서 무려 출발 4시간 전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에 빠르게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국내선은 30분 전에 도착해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공항 안 카페에 앉아 여행객들과 공항만의 여행 분위기를 보고 느꼈다. 이제는 여행을 간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한다. 굉장히 여유로웠다. 평소에 느끼던 긴장감이 아닌 여유로움에 '그래 이런 게 여행이지'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혼자 여행의 느낌을 끌어올리고 있을 때쯤, 함께하기로 한 친구도 도착했다. 그 친구가 도착해서 첫 번째로 한 말이 '우리 여행 가는 것 맞냐?'였다. 그 친구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은 듯하다. 나는 끌어 오른 나의 여행의 흥을 그 친구도 함께하길 바랬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공항에서의 여행 분위기를 느끼고 즐기기 시작했다.


우리의 비행기는 조금 늦은 3시 비행기였고, 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30분 만에 체크인을 마치고, 제주도에서 먹기 위해 계속 굶주리게 두었던 배를 요깃거리로 달래주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여유롭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우리는 출발 시간 30분 전, 우리의 플랫폼 앞에 도착했다. 따사로운 햇살, 주위에서는 다들 여행의 즐거움으로 웃는 소리, 드 넓은 평야에 멈춰있던 비행기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연착. 우리의 흥을 깨는 첫 신호탄이었다. 얼마 안 걸리겠지 하던 우리의 생각이었지만, 이를 무시하듯 비행기는 30분이나 연착이 되었다. 그렇게 플랫폼 앞에서 총 한 시간을 기다려,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첫날 비행기도 조금 늦은 시간을 잡았기에 시간이 부족했던 우리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평소 같았으면 조금 했던 마음이 지금은 여유로웠다. '이것도 즉행 여행의 묘미, 여행은 이런 거지'라는 생각이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출발한 우리의 비행은 한 시간을 지나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하늘은 맑지는 못했다. 맑지 못한 하늘 아래에서 하염없이, 렌터카 업체의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맑지 못한 하늘이었지만, 마음만은 맑았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셔틀버스가 도착했고, 우리는 렌터카 업체의 본사로 이동하여, 우리의 발이 되어줄 차를 빌릴 수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출발한 첫 행선지는 역시 밥집이었다. 제주도를 느끼기 위해, 점심도 요깃거리로 해결한 우리였다. 뭘 먹을지 역시 정확히 계획을 안 한 상태였고, 급하게 검색한 맛집 중에 둘 모두가 제일 끌리는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은 고기 국숫집, 그중에서도 매번 웨이팅을 하고 먹는다는 집이었다. 우리는 무작정 그 집으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을 믿고 길을 따라가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우리가 도착한 상황이었다.  


마음을 곱게 먹었기 때문일까, 여행에서 온 첫 행운이었고, 이게 마지막 행운이 되었다. 우리는 고기 국숫집으로 들어가, 고기 국수를 즐겼다. 즐기는 동안 우리가 뱉은 말은, '와'와 '음', 그리고 '후루룩' 소리뿐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허기가 최고의 반찬이었기 때문일까, 그것 때문이 아니었어도 충분히 맛있었을 것이다.


맛과 배부름의 즐거움으로 우리의 흥이 더욱 올랐고, 첫 목적지를 향하기 위해 수소문하기 했다. 우리는 제주도 로컬들의 추천을 받았었다. 역시 로컬인 만큼 해준 많은 추천들 중에, 숲길이 가장 마음에 들었기에 숲길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는 길은 너무 즐거웠다. 날은 점점 저물어 가지만, 그 저무는 해가 우리의 기분마저 저물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계속 저물어가던 해는 우리가 도착할 때 되어서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희미하게나마 날을 비추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의 숲길, 분위기가 너무 훌륭할 것 같았다. 숲길로 가는 길, 초반에는 없던 여행의 흥은 평균보다 과도하게 우리를 즐겁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어둠과 노을 모든 것이 우리를 즐겁게 했다.


그 흥에 취해있던 사이, 우리는 그렇게 숲길 근처에 다다를 수 있었다. 가는 길에는 같이 달리는 차가 없었다. 역시 로컬이 추천해주는 명소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리고 숲길의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표지판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입구가 맞긴 한 듯 보였다.


가로등 하나 없고, 어두컴컴하다. 앞에는 하필 폐공장으로 보이는 건물도 보인다. 여기가 입구가 맞나 다시 한번 의심한다. 근데 이 입구가 맞다. 그리고 우리 밖에 없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 우리는 강행했다. 표지판이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라 생각하고, 내비게이션을 믿고, 그 어두컴컴한 산속의 길을 들어갔다. 우리의 앞을 밝힌 빛과, 그곳에 있던 빛은 우리 차의 헤드라이트뿐이었다.


그렇게 15분 들어갔을까, 내비게이션은 도착했다는 알림을 보냈다. 그제야 차의 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폈다. 까맣다. 저 멀리 보이는 불그스름한 부분도 점만큼 남은 노을만이 하늘을 밝혔다. 그리고 바람, 숲길이 어서인지 거셌고, 소리도 거셌다.


점만이 남은 노을빛을 조명 삼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둑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무의 형체만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과 어둠뿐이었다. 범죄자가 튀어나와도, 귀신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를 감추기 위해 애썼고, 추위 때문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내려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아무것도 찍히지도 않았다. 그렇게 5분이 지났을까, 차에 다시 탑승하여,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후진을 하려던 찰나, 삐삐- 소리가 계속 들렸다. 자동차의 후면 감지 센서가 울리기 시작했다. 뒤를 살짝 돌아서 확인해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잘못 인식한 거라 생각하여, 계속 후진을 하던 순간,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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