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복사실 아저씨의 한 마디
필기와 기록에 관한 정성과 집착
전교 1등 성적표에 이어
오늘도 놀랄 만한 유물이 서재 책장에서 발견되었다.
대학 전공 수업의 필기 노트다.
"학생이 이 공책 주인이었네. 어제도, 그제도, 조금 전에도 공책만 왔다 갔다, 몇 명이나 복사해 간 건지. 미리 한 10장 복사해 놓을까 싶던 차였어."
20년 전, 복사실 아저씨의 한 마디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도 잘 받고, 취업도 했었는데...
이어서 또 발견된 건 신입사원 시절, 실습 일지다.
'적성에 안 맞다'하면서 회사 일도 참 열심히 했었는데...
필기와 기록에 관한 정성과 집착도 참으로 놀랍다.
이걸 아직 간직하고 있는 것도 놀랍고 말이다.
지금은 전공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거,
아니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 것일까...
집 정리는 못하지만
책 내용 정리와 필기, 기록 남기기는 여전히 좋아한다.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일이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어쩌면 지금에서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이라고
합리화시켜 보지만
그럼에도 씁쓸해지는 가을날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도 읽고 쓰고 버리는 거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