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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대왕 가리비를 타고 ♡

8년째 당연한 일상에 감사합니다 ^^

by 예가체프

주말 저녁 두 끼는 거의 신랑이 차린다. 배달 음식으로 차리든 직접 요리를 하든 어쨌든 그의 손이 간다.


오후 늦게 택배로 도착한 대왕 가리비가 오늘 저녁의 주인공이다.

어쩌다 한번 갈까 말까 한 조개구이집에서 맛보았던 가리비 몇 점을 아이가 태어난 후, 가리비 철이 되면 원 없이 먹고 있다.


2019년 11월 9일
2020년 12월 25일


새 식구가 늘어난 기쁨은 있으나 오히려 누릴 수 있는 삶의 반경이 줄어드니 먹는 행위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맛있는 음식이 주는 위로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신랑이 상을 차릴 동안 나는 주로 아이를 돌보았다.

주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아이가 좀 크고 혼자 잘 놀 때가 되어도 나는 먹는데만 진심이었고 신랑이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집 정리를 하고 청소를 했다.



오늘은 왠지 신랑 옆에 있고 싶었다.



'가리비 껍데기도 씻어야 하는구나.'

'색깔별로 예쁘게 파프리카도 넣어달라고 주문했는데, 양파랑 파프리카 채 써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

'찜통에 한번 찌고 난 후, 오븐으로 가는 거구나.'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 몰랐다.


가리비를 넣기만 하면 오븐이 다 만들어 주는 줄 알았다.


완성된 요리 사진만 가득하던 내 핸드폰에 이제는 요리 과정의 사진도 담으려 한다.


2021년 12월 11일


맛있게 먹어 줄 나를 생각하며 진심으로 열심히 요리하는 그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고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여보가 해 준 요리는 언제나 다 맛있었는데,
그냥 그런 게 아니었구나.

정성 가득, 사랑 가득 ♡ 고마워!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삶이라는 말을 실감한 두어 해를 지내고 보니 당연한 것은 없었다.

8년째 당연한 이 일상도 결코 당연한 것은 아니다.


2022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는 해가 다가온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의미와 재미를 찾고

소소한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며

잘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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