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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Jan 04. 2024

초보 엄마들이 기대하는 육아의 기적 5가지

그저 우리의 만남이 기적인 것을...


태권도 학원 차량에서 아이가 내리는 모습을 보니, 처음 유치원에 갔던 날 만큼 왠지 울컥했다. 엄마 없이도 잘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내 품을 많이 벗어난 모습에 허전하기도 했다.


사그라들지 않는 코로나에다 마스크 트러블도 살짝 있는 아이라서 올해 학원을 보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병원에서 변비약도 처방받아먹고, 식습관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확 나아지지 않는 변비 때문에 태권도 학원을 생각하게 되었다. 6살이 되면서 학원 가는 친구들이 많아져

유치원 하원 후 놀이터에 가면 뛰어놀 친구가 없었다.


친구 따라 피아노 학원도 가보고, 미술 학원도 가보았을 때는 시큰둥하던 아이가 태권도 학원 체험 수업 다녀와서는 너무 좋아했다.


역시 너는 체육 꿈나무! 


보통 태권도 학원까지 다녀오면 아이들은 피곤해서 저녁밥 차리는 동안에 잠이 들기도 하고, 밥 먹는 도중에 쓰러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뛰어놀고 기분이 좋아져서 집에 오면 에너지가 더 넘쳤다. 저녁밥 먹는 동안에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야 하고, 태권도 학원에서 있었던 일도 이야기해야 하니 바쁘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못다 한 이야기 하느라 어제는 평소보다 10분 늦게 잠들었다.


8시도 되기 전에 픽픽 쓰러진다고 했는데

우리 아이는 태권도를 해서 체력이 좋아진 건지,

원래 체력이 좋아서 이 정도는 거뜬한 건지...









그러고 보니 초보 엄마들이 기대하는 육아의 기적이 나에게 온 적은 없었다. 육아 속설은 언제나 나를 비켜갔다.



50일의 기적


밤수를 하려고 깬 새벽 시간마다 조리원 동기들과 카톡을 주고받으며, 힘듦과 외로움을 이겨냈다. '50일의 기적'을 경험한 동기들이 하나둘씩 다 떠나고, 나만 꿋꿋하게 혼자 3~4시간마다 깨어나 밤수를 했었다. 신생아 때  2~3시간 자던 쪽잠에 비하면 50일 이후, 그나마 발전되어 3~4시간 자긴 했지만


50일의 기적이 뭔가요?!

통잠이 뭔가요?!



100일의 기적


나에게는 100일의 기적도 오지 않았다.

100일의 기절이었다.


여전히 3~4시간 쪽잠 자는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고,

양가의 도움 없이 아이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남들은 조금 편해진다는 100일인데 나는 그때 1차로 터졌다. 아이 백일 축하를 위해 온 친정 엄마에게 하루만 자고 가면 안 되겠냐고 붙잡았다. 우리 엄마는 나보다 더 잠자리를 가리고 예민한 성격이라 딸 집에서도 하룻밤을 자고 간 적이 없다.

사실 나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친정에서 잔 적이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아이를 데리고 당일치기하는 것이 더 힘들어 차라리 자는 쪽을 택했다.


그런 엄마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나도 엄마가 필요했다.

엄마랑 더 오래 있고 싶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는 지금 눈앞의 내 아이보다 더...



돌 되면 조금 수월해진다?!


돌 되면 그래도 조금 수월해진다고 했는데...


11개월부터 폭풍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 아이는 내 체력에 비해 몸 쓰기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였다. 의자를 타고 오르기 시작해서 식탁 위에도 올라가고, 식탁에서 다시 더 높은 아일랜드 식탁까지 올라갔다. 내 체격에 비해 몸집도 크고 무거운 아이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오전에 한판 놀고, 억지로 낮잠 재운 후 오후에 또 놀고, 저녁까지 또 몸으로 놀아야 했다.


일 때문에 늦게 오는 걸 알지만 괜히 신랑이 원망스러웠고, 나는 가출할 계획을 세웠다. "친정 다녀올게."라고 예쁘게 말하면 될 것을 나는 신랑에게 못살겠다고, 나 떠날 거라고 하며 예매한 기차표를 보여주었다.

때마침 다음날 타 지역 출장이 잡힌 신랑이 친정에 데려다주고, 업무가 끝난 후 데리러 와줘서 내 가출 계획은 그냥 그렇게 끝이 났다.



두 돌 되면 다 키웠다?!


두 돌이 되니 진짜 많이 큰 거 같긴 했다. 제법 사람다웠다.

16개월에 단유하고 나니 젖만 먹던 아이가 밥도 잘 먹고, 통잠도 잤다.


'모유가 문제였나?!'


하지만 또래 여자 아이들에 비해 말이 느려서 나는 또 답답했다.


지나고 보니 별 일 아닌 것을...

굳이 비교하지도 않아도 될 것을 비교하고, 스트레스받았다.



낮잠 안 자면 8시에 잔다?!


보통 5살에 유치원에 가서 낮잠을 안 자면 8시에 잔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5살 때 어린이집을 다녔기 때문에 1학기 때는 낮잠 시간이 있었고, 2학기부터 낮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 8시에 자지 않았다.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올해 6살이 되어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혹시나 하고, 또 기대를 했다. 커다란 유치원 건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20명 가량의 많은 친구들과 부대끼며 놀면 노는 것도 피곤하지 않을까?


엄마의 예상을 또 빗나가는 아이였다.

그래도 사랑해 ♡






아이마다 다른 것인데..

대략 걸러 들었어야 했는데..

엄마가 처음이라서 몰랐다.


이런저런 육아의 기적, 경험담, 속설을 들으며 희망고문 중이었다.

너무 기대를 했더니 실망감도 커졌다.


'미운 4살'이라는 그 시절이 나는 오히려 좋았다.

그때부터 아이랑 더 친해졌다.

여전히 아빠를 더 좋아하긴 했지만 아이가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안 되는 걸 되게 해 달라고 해서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고, 이렇게 아이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저 우리의 만남이 기적인 것을...

어제만큼 좋은 오늘, 우리는 또 사랑할 수 있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한 일상이고, 육아 기적이다.





이제 9살이 된 너에게도 여전히 변치 않는 진리임을...

2021년 6월의 그 생각과 마음을 끄집어내어 기록해 두고,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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