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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Jan 18. 2024

데뷔 8년 차, 첫 사인회를 열다.

내 자식으로 와주어 정말 고맙다.

아이 때문에 나를 잃어가고,

사회에서 내 위치는 없어지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산다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

나보다 공부 못했던 애들도

다 잘 나가는데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 육아 때문이 아니다.


회사는 임신을 하기도 전에

다른 공부한다고 그만둔 거고,


시험 못 친 건

내가 경쟁자들보다 열심히 하지 않은 거지 뭐.


내 인생의 면죄부요,  

큰 업적이 '아이'라는 신랑의 말에

괜스레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맞다...


아이는 나에게

대체 불가 엄마라는 큰 역할을 주었고,

나의 골수팬을 자처한다.




2023년 3월 10일 하굣길


"엄마, 나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


"윤서는 이미 훌륭한데.

학교도 잘 가고, 엄마 말도 잘 듣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난 아직 부족해."


"엄마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계속 책도 읽고 노력하긴 하지.

윤서도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하면

훌륭한 사람인 거야."


"엄마는  네이버에 나오잖아.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아이는 엄마의 닉네임을 종종 검색하고,

내 글에 하트를 눌러준다.







2023년 10월 26일


결국 내 선택이긴 하지만

워킹맘에게 열등감이 있다.

자격지심이 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 이해하기

<엄마는 멋져요>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그림을 그릴까?

책 읽는 모습? 키보드 두드리는 모습?'



엄마는 여러 가지 일을 하세요.

집안일을 하시기도 하고, 직장에서 일을 하시기도 해요.

열심히 일하는 멋진 엄마 모습을 그려 보세요.





젖 먹이는 나의 모습...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그림에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울컥하고, 고마웠다.





우리 엄마는 나를 낳았다.

그리고 새벽도서관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 엄마는 그리 쉽게 화 낼 사람이 아니다.


"엄마는 처음에 어떻게 새벽도서관을 하게 됐어?"

라고 제법 진지하게 물어보는 날도 있다.





2023년 11월 2일


급기야 아이가 사인을 해 달라고 한다.

엄마 데뷔 8년 차, 첫 사인회를 열게 되었다.



어제는 연신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흔들면서

몇 개인지 묻는다.


내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아이가 나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틀려도 괜찮아. 사랑하니까 ♡



내 자식으로 와주어 정말 고맙다.

잠시나마 '때문에'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덕분에' 나는 더 정성껏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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