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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Feb 22. 2024

8살 아이가 전하는 위로의 말

Feat. <내 친구 제시카>, <내가 엄마를 골랐어!>

간혹 그런 날이 있다.


책을 매개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아주 깊은 대화를 아이와 하게 되는 날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게 되는

그런 날이 종종 있다.









2023년 4월 19일 저녁




나는 루디 심스야.
나한테는 언니 오빠도, 동생도 없어.
같이 놀 강아지도 고양이도 없지.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어.
나한테는 제시카가 있으니까.


<내 친구 제시카> 中



"나도 그래. 외동이야."

"윤서는 어때?"


"나? 물론 괜찮지.

나는 친구가 스물... 스물두 명이나 있어."

(올해 입학한 초등학교 한 반 인원이 23명이다.)


"그래도 엄마는 좋겠다. 남매라서!

나는 자매라도 좋은데,

딱풀이가 하늘나라로 가버렸어."



"그러게... 다른 집에는 다 아기가 왔는데

우리 집에는 왜 안 올까?

윤서는 엄마를 보고 딱 마음에 들어서 와 줬는데

이제 엄마가 늙고 안 예뻐서 그런가?"







지난해 9월 읽었던 <내가 엄마를 골랐어!> 책을 

떠올리며 물었다.



"움... 어디 보자..."

(몸을 살짝 일으켜 세우더니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진지하게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 ♡

너무 귀엽다!!)



"볼살이 조금 홀쭉해졌고, 자세히 좀 보자!"

(벌떡 일어서 정면으로 오더니)



"이마에 주름도 생겼네.

그래도 예쁜데, 엄마 아직 예쁜데.

하긴 그때가 제일 예쁘긴 했지.

배도 볼록, 엉덩이도 토실토실했던 그때."

(자기가 뱃속에 있던 그때 그 만삭 사진을 말하는 거다.)





요즘 엄마 얼굴 해골 같다고 디스 하는 그녀인데

오늘은 "해골" 같다는 얘기까지는 안 하네.

30대 초반까지도 터질듯한 볼살이 내 매력 포인트였는데

너 낳고 폭삭 늙었다, 얘야...





나는 괜찮아.
엄마도 괜찮아, 내가 있잖아.






마지막 그 한 마디...

8살 아이가 전하는 위로의 말에

내 속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울렁거렸고,

눈앞은 흐려질 대로 흐려져 버렸다.



오늘도 나를 위로하는 꼬마 천사

이 귀여운 생명체를 내가 낳았다고?

정말??!!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나는 루디 심스야.
나한테는 언니 오빠도, 동생도 없어.
같이 놀 강아지도 고양이도 없지.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어.
나한테는 제시카가 있으니까.










그런 일이 있은 후,
나는 20년 지기 친구들도 만나지 않아.
회사 동기들의 연락도 받지 않아.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어.
나한테는 딸이 하나 있으니까.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내가 이 아이를 끝까지 지켜줘야 하니까.



오늘도 눈물 바람난 마흔 엄마는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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