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가체프 Jan 25. 2024

개학 전날, 초등학교 1학년 엄마가 꼭 하는 1가지

독서기록장이랑 일기장은 잃어버리면 안돼.

26일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겨울방학이 끝났다.


오늘은 개학 날, 아이는 학교에 갔다.



개학 전날,

어젯밤 나는 무엇을 했던가!



지난 여름 방학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일기장과 독서기록장을 주섬주섬 꺼내 펼쳤다.





폰을 집어 든다.

몇 장 안 되는 독서기록장부터 사진 찍기 시작한다.


12월과 1월 동안에 쓴 것만 모아 만든 독서기록장이라

개학 날, 학교에 들고 갈 분량이 적다.





책의 그림을

자신의 시선으로 해석하여 그린 날도,

그저 섬세하게 따라만 그린 날도 있다.



'나도 ~ 먹고 싶다, 나도 ~ 하고 싶다' 일색인

짧은 한두 줄의 문장도 다시 보니 참 귀엽다.



이제 일기장 차례다.


아이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항상 먼저 그리는 그림 페이지를 나도 먼저 찍어준다.



다음 페이지의 내용도 찍은 후,

넘겨서 또 찰칵찰칵! 나의 행위는 반복된다.




겨울 방학 동안 쓴 건 10편 남짓인데

학교에 들고가야 하는 건 2권인지라

사진을 다 찍다 보니 꽤 많다.




여덟 아홉 살의 감성과 고유한 표현,

엉성한 글자체과 틀린 맞춤법


아이의 과정을 들여다 보며

그날의 아련한 기억에 빠지기도 하고,

아이의 글 솜씨에 놀라기도 한다.



초등학교 입학 후,

처음 제대로 쓴 일기를 잊을 수 없다.



성취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이는 더 큰 진리를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며 깨닫고 있었다.



6살 때 처음에는 8급이었는데

이제 2급이라니, 완전 놀랍다.

세상의 모든 동물과 사람, 식물은 자라고

급수는 올라간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의 일기장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김장을 하는데 배추가 줄어들지 않는다.

2개 하면 또 20개가 들어오고

1개 하면 10개가 들어온다.

~ 배추는 계속 들어온다.

김장도 쉽지 않구나.



그 당시에는 하지 않던 말을

일기장에 토해 내는 모습을 보고

한참 웃기도 하고,

'참 많이 컸구나' 뭉클하기도 했다.






자기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고,

친구도 실제 모습과 거의 똑같이 그려서 놀라기도 했다.




이마에 상처 생긴 날,

머리 감기느라 나는 너무 힘들었는데

넌 참 즐거워했었지 ^^


너의 아픔, 나의 짜증을 모두 잊게 만들 만큼

'까르르' 크게 웃던 아이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바로 지난 주말의 일기장도 재미있다.


엄마가 언니 같고, 외할아버지가 아빠 같다며

자기가 그려놓고는 고개를 갸우뚱했었지.



행여나 방학 숙제 검사받다가

'독서기록장과 일기장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엄마의 불순한 의도로 시작된 사진 찍기다.



나의 일기장에 너의 이야기가 담기듯

이제 너의 일기장에도 가득 담긴 나의 이야기,

우리의 소중한 기록과 기억, 추억이라 어쩔 수 없다.



곧 아이도 아이 만의 프라이버시가 생겨

함부로 일기장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전까지는 개학 전날, 엄마는 또 이러고 있겠지.




** 지금도 아이에게 미리 이야기하고,

아이 관련 글 쓰고 사진 올리긴 해요.


작가의 이전글 데뷔 8년 차, 첫 사인회를 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