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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Feb 15. 2024

엄마는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

마흔 하나, 다시 장래희망을 정하다!

엄마는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






요즘 '꿈'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9살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꿈!"


과거 이야기라면 술술 나온다.

"엄마는 윤서 나이 때는 피아니스트가 꿈이었고, 그 다음에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그리고 중학생 때는 작가, 시인이 꿈이었어."


"작가? 엄마는 그럼 벌써 꿈을 이루었네."


"그런가? 벌써?"



나에게 꿈은 이루지 못한 것,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엄마가 글 쓰는 모습을 자주 보고, 그 글을 읽기도 하니 아이는 엄마가 작가라고 생각하다 보다. 누군가에게 나를 작가라고 소개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아무튼 기분이 좋다.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이제 더 유명하고 돈 잘 버는 작가가 되어야지."


작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유명하고 돈 잘 버는'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희한하다.



아이에게조차 아니, 한 살 한 살 더 나이가 들고 세상 물정 알아가는 내 아이 앞에서는 잘나가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나 보다.


아이와의 대화는 짧게 마무리되었지만 내 머릿속은 여전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치과 의사, 약사가 되고 싶었어. 근데 그냥 성적에 따라 공대에 갔어. 엔지니어가 꿈이었던 적은 없는데 직업은 그렇게 되었네. 다시 치과 의사, 약사가 되려고 공부했는데 잘 안됐어.


언젠가부터 엄마 꿈은 그냥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였어. 어릴 때처럼 무언가 되고 싶다고 정하는 건 또 실패할까 봐 두렵기도 했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인 걸 너무도 잘 알기에 자신이 없었어.


그런데 문득 윤서랑 이야기하다 보니 엄마도 다시 꿈을 정하고 싶어졌어.'





'약사는 못 되었지만 필요한 책을 처방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치과 의사는 못 되었지만 내 글로 나를 치유하고 사람들까지 위로해 줄 수 있다면 좋겠어.'



마흔 하나, 그렇게 아이 덕분에 장래희망을 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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