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코람 하이웨이 -해탈 퇴직자의 단체 배낭여행
파미르고원에 뿌리내린 우리 파리한 풀은
양들도 뜯지 않는다.
평생 물방울조차 튀지 않는 물가에서
출렁이는 물을 보며 꿈처럼
우리는 물을 갈망한다.
설산을 바라보며
녹아내린 물이 이룬 호수를
그리움처럼 바라본다.
버드나무거나 은사시나무가
물 먹어 하늘로 잎을 나풀거리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갈증을 잊는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카스(카슈가르)에서 아보타바드까지 천이백 킬로,
카스에서 중국 출입국 관리소 마을 타슈쿠르간까지
빙하가 밀려오는 극주빙천克州冰川이거나
흰 모래산 호수 백사호白沙湖거나
빙산의 아버지 무스타거봉을 비추는 카라쿨 호수거나
지척에 넘치는 물을 앞에 두고
우리는 말라간다.
밤낮 웅장한 물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목마르다.
해발 사천사십팔 미터 고개를 넘으며
경사에 발 내디디면
지구가 돌아 휘청이는 사람들아,
우리 풀들은
햇볕에도
가뭄에도
언제나 어지럽다.
건조한 흙덩이 속 한 줄기 생명을 부여잡고,
설산을 보며
또한 물을 보며,
간신히
그래도 잎을 나풀거린다.
우리는 생명의 끈을 부여잡은 채,
물로 녹아내리는 설산을 본다.
새벽 수증기라도 잡으려,
물소리를 밤낮으로
음악처럼 듣는다.
뿌리가 마르는 것도 모르고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