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림자의 노래2] 2-6 내 이름은 KKH

2-6 카라코람 하이웨이 -해탈 퇴직자의 해외 배낭여행

by 초이르바

내 이름은 카라코람 하이웨이,

세계 지붕 위의 길.

파미르고원의 설산을 따라 빙하의 물줄기를 품고 오르내린다.

타클라마칸 사막 언저리, 카스에서 무스타거봉을 비추는 검은 호수 카라쿨을 지나 국경 마을 타슈쿠르간에도 사람들은 양을 키운다.

해발 4,693미터, 쿤자랍 아래 계곡을

빙하의 물이 검은 흙에 젖어 꿈틀대며 흐른다.

파키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로 내려가는 길은 아홉 굽이 양의 창자를 몇 마리 차곡차곡 겹쳐놓았다.

곧 쏟아질 비탈의 암석 아래로

버스는 굴러떨어진 돌을 피해 바퀴를 굴린다.

실크로드의 낙타는 이 길에서 얼마나 쓰러졌을까!

고개를 넘으며 버려야 할 짐으로 번민이

빙하 녹은 물에 쓸려 내린 돌만큼이나 흩어졌으리라.

풀들은 생명의 씨앗만 부둥켜안고 쏟아질 돌길에 매달려 있고

그 길에 사는 사람은 풀처럼 세상을 움켜쥐고 있다.

소스트 지나 파수는 고원 위의 평지,

인가도, 그늘도 없다.

길을 멈춘 자리에 잠시 서서 보는 건

심심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풍경,

멎은 파미르고원의 산, 빙하 녹은 물이 흘러내린 돌사태, 출렁이며 포말을 일으키는 물줄기, 파수처럼 듬성듬성 낮은 집 몇 채.

그래도 라카포시가 빛을 뿌리는 훈자 카리마바드의 칠월은 사과와 살구가 익고

설산의 햇빛은 유리처럼 투명하게 이마를 찌른다.

낭가파르바트 아래 천여 명 희생자의 검은 물소리,

그 아래 페리메도우의 하룻밤은 쉼표 하나.

힌두쿠시, 쿤룬, 히말라야의 설산을 바라보며

길깃, 나란을 지나 탁실라에 이르면

나,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하산 아부달에서 이름을 내려 놓는다.

나, 검은 물의 산맥을 달리는 하이웨이는

위태로운 지붕 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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