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초가집 불

제1부 은하수와 도깨비 마을

by 초이르바


산 위에서 뛰놀다가 마을을 바라보며

불이야 외치며 내닫던 따스한 봄날

마을 사람들은 양동이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너도나도 부산떨어서야

타들어가던 불길 잡던 날,

성냥 한 가닥 아궁이가 초가 태우던 불.


가을부터 겨우내 바싹 말라

봄이면 부엌 아궁이 불이

굴참나무 연통에까지 닿는다

연통 속 불이 하늘로 치솟을 때

초가지붕이 날름날름

불 먹으려 하고

마을 사람들은 일하다 말고

우리는 놀다 말고

박으로 만든 바가지에 물 담아 달렸다

한 해 한 마을에 한두 번

불이야

불이야

불이 봄을 잡아 먹으려 하던 날,

홀라당 태운 초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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