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만나기
3월에 임신 소식을 알게 되고, 초기 입덧과 뜨거운 한여름이 지난 후 어느덧 9월. 벌써 임신 후기가 되었다.
옷을 입어도 나 여기 있어요! 라고 존재감이 매우 커진 아기가 있는 배 덕분에 길을 지나갈 때도, 카페에서도 배려를 받는다.
태아 때 엄마가 섭취하는 당이 추후 아기의 비만과 연결될 수 있다는 무스운 유튜브를 보고, 며칠 전부터 당이 있는 과자나 간식을 먹지 않기로 다짐했다. 대신 시가에서 보내주신 질 좋은 홍로, 쿠팡에서 산 필리핀산 바나나, 초코링이 들어있는 요플레로 합의를 봤다.
막 달이 되면 체중이 불어나면 산모도 힘들다고 담당 의사가 체중 관리를 하자고 한다. 입덧 때문에 초기에는 몸무게가 3-4kg나 빠졌는데, 입덧이 없어진 후 급격하게 늘어나는 체중. 처음으로 보는 몸무게 앞자리에 나와 남편은 놀라서 매일 한 시간 걷기를 하기로 한다.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 아파트 주변을 도는데, 다른 동네까지 가면서 임장도 하는 재미에 시간이 빠르게 간다. 그제, 어제는 못 했지만, 오늘은 꼭 가야한다고 말하는 퇴근하는 남편.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자취를 한 나는 요리를 해 본적도, 제대로 본 적도 없는데, 우리 엄마는 결혼하기 전에 살림을 조금 가르쳤었어야 했다고 장난어린 말씀을 하신다. 안배웠어도 유튜브 보고 뚝딱 만들어지는 소고기 뭇국, 미역국, 돼지고기 김치찌개. 밥도 할 줄 몰랐는데, 이건 그냥 밥솥에 씻은 쌀만 넣어서 버튼 누르면 끝이네. 굳이 안배워도 내가 필요할 때 이렇게 할 수 있으니, 살림은 굳이 안가르치셨나보다. 만약 내가 잘 알았다면 집안일을 잘 하는 남편의 매력이 매력으로 보였을까? 결혼 전에 집안일은 내가 다 할게 라고 한 우리 남편. 살림남을 만나게 하려고 안가르치셨나. ㅎㅎ 지금도 퇴근하고 민트색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남편, 고마워!
오늘은 대학, 석사 시절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 친구들 중 내가 가장 먼저 결혼에 골인했고, 임신도 먼저 해서 뿌듯한 마음도 든다. 고등학교를 1년 늦게 들어가서 모든 것이 주변 사람들보다 늦은 환경 때문인가, 나는 먼저 하는 것에 있어서 해보고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내가 앞지른다고 생각했는데, 친구 중 한 명이 이번에 커리어를 쌓은 것을 보여주었다. 놀라는 마음과 함께, 나는 나의 길을 가고있다. 라는 생각을 한다. 알맹이가 있어야 추진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과정과 결과 둘 다 좋은 법. 작년에 나는 커리어적으로 괜찮았다. 학부, 석사 총 6년의 시간과 1년의 연구원 생활 그리고 1년의 프로젝트 매니저의 생활, 퇴근 후의 대외활동. 대외활동에서의 회장 역할, 그리고 선정된 소논문의 발표할 기회. 통일부 장관에게 만찬에 초대되어 청년 활동가로서 정책을 이야기 하는 시간과, 각종 포럼에서 마이크를 잡고 활보하는 시간들이 내겐 소중했다. 그 때 항상 다짐했던 것이 내년에는 좀 쉬어야지. 였다. 우리 애기가 효자네! 덕분에 박사과정도 휴학하고 취미 생활하면서 심심한 하루들을 보내며 쉬고 있다. 생각한 것들이 이루어지는 마법? 그렇다면 내년에는 미국에서 가족들이랑 잘 살면 좋겠다! 남편이 주재원으로 파견되면 제일 좋겠다!
아무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친구들이니까 진정으로 축하해주고 좋은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근처까지 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에 커피도 내가 샀다. 한 친구는 나에게 임신 축하 편지와 아기 용품까지 선물로 챙겨왔다. 주변에 이런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더 잘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