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에 대한 끌림

인생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by 쑤킴

아침에 출근하면 지난 밤에 온 유럽 바이어들의 메일을 확인한다. 그리고 오늘의 업무 일지를 작성한 후 스페인에서 사 온 얼그레이 크레마 티 봉투를 조심스럽게 열어 본다. 달콤한 크림 향이 도망갈까 두려울 정도로 향에 감동한 후 차를 우린다. 잘 우려진 잎을 걷어내고 차 한 모금 마 셔 본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차를 마시면서 즐거운 마음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향에 대한 매력을 차에서 처음 느끼는 그 순간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향을 잘 기억하는 편이라 그 향을 기억해서 내 브랜드의 첫 가향차를 비슷하게 만들어 내는 차이기도 하다.



차 향을 맞으면 온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커피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차는 자연 속에서 바람타고 오는 향기처럼 은은하다.



차 한잔이면 평일 아침에 기분이 좋아지고 업무 스트레스가 확실히 줄어드는 것 같았다. 차 향기는 은은하게 옆 자리까지 퍼져나가고 동료 직원이 무슨 차를 마시냐며 흥미롭게 쳐다보고 한다. 직원들과 함께 차를 마시기도 하고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완전히 차에 올인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주말이 되면 창가 앞에 있는 테이블로 향한다. 편의점에서 산 케이크 한 조각과 따뜻한 홍차 한 잔을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낮에는 창으로 통해 들어오는 공기를 맞으며 책을 읽어 본다. 달콤한 치즈 케이크와 진한 홍차 한잔을 마시면 온 세상이 내 세상처럼 느껴진다. 5평짜리 원룸 공간이 아니라, 창문 밖 세상이 내 세상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생각했다.




'차를 마시는 시간이 너무 좋다.'




밤이 되면 별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지난 많은 고민과 도전으로 여기까지 와 있구나. 만족스러운 삶은 살고 있지만 내 인생 저 너머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계가 기다려졌다. 특별한 목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궁금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설레고 기다려졌다. 내 의식 속에서 자라나는 꿈틀거림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살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들을 준비도 안 되어 있었다. 갑자기 내 심장 속에서 싹이 돋고 뇌 속에서 구름이 지나가는데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나는 그 시간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었다. 그렇게 나에게는 이미 다가 올 선택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차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처음 마셔보는 가향 홍차에 (향을 더한 홍차) 관심이 갔다. 왜 그동안 녹차, 홍차가 맛이 없다고만 생각했을까. 그리고 향이 주는 매력을 왜 몰랐을까. 예전에는 저렴한 티백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맛있는 차는 고급으로 여겨져서 비싸거나 접근이 많이 어려웠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차를 집에서 자주 마시기는 했지만 수돗물을 물로써 마시기 위해 주전자에서 대량으로 끓이는 결명자차, 보리차, 옥수수수염차가 보통이었다. 항상 냉장고 유리병에는 차가 있었다.




차 초보자에게 가향된 홍차와 녹차는 신세계 일 수밖에 없다. 스페인의 한 작은 티 샾에서 시작되었던 놀라움을 잊을 수 없었다. 근거도 없이 데이터도 없이 나는 직감을 믿었다. 한국에서 매혹적이고 맛있는 향을 지닌 차가 있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차를 마셔보지 않았어도, 어느 순간 자신에게 맞는 차를 만나는 순간 영원한 팬이 될 것이라고. 향이 나의 온 감각을 깨웠듯이 말이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띄는 순간을 맞이 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그 세상이 궁금해서 더 깊이 들어가고 다른 이는 두려움에 뒤로 물러 선다. 왜냐면 앞으로 일어질 일들에 대해서 좋은 상상보다는 무서운 상상을 하게 되니 말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맞다. 틀리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것만을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한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예상하는 데로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것을 알 것이다. 주도하는 삶이 아니라 주어진 삶에 수긍하면서 산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피하고 싶은 삶에 계속 안주하게 되는 상황만 만들어질뿐이다.


인생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만 우리는 작은 파동에도 놀라고 자빠진다. 주도하는 삶은 곧 나의 리듬에 맞춰 인생을 사는 것이다.


나의 리듬으로 흐르는 인생을 타자.


사업을 생각지도 않았는데 시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차에 완전히 빠졌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나는 차에 빠진 사람이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옳다고 행동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에도 그리 보였을 것이다. 제삼자의 눈으로 객관적인 차 시장을 본다면 성공할 사업은 아니었다. 살아남으면 성공이었다. 나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차 시장을 본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의식을 믿었다.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과 의식이 한 곳에 모이는 순간에 나를 찾는 여정 속에서 들어간 것이다.



10대부터 20대까지 내 인생을 찾아 헤맨 시간이 차 한잔에 폭발했다. 가향 홍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디서 이런 차를 배울 수 있는지 검색했다. 인터넷 키워드 검색 능력이 좋지 않지만 이런 순간에는 없던 능력도 생기나 보다. 여러 달 동안 더 찾아보고 고민했다. 음 그래!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휴가를 내서 티 블랜딩을 배우러 떠나자! 3일간 총 21시간을 배우는데 약 38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교육 장소는 미국!

미국으로 가는 티켓을 사고 호텔을 예약했다. 미국 땅을 밟게 될 줄이야! 비용은 문제가 아니었다. 내 온 정신이 가는 곳에 발을 담그러 간다는 것이 중요했다. 구체적인 목표, 계획이 없었다. 일단 나는 가야 한다.

그곳이 나를 부른다!? 내가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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