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에 대해
대부분 투자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일 거예요. 저 역시 그래요.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제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돈 말고도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재미예요.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조지 소로스는 좋은 투자란 지루한 것이라고 했죠.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그런 말을 하는 취지를 이해하고 동감하지만, 최종 결론엔 동의하진 않아요.
저에게 투자는 재미있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투자를 잘하기 위해선, 경제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고, 투자 대상을 깊게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경제를 이해하고, 시장을 이해하고, 정부를 이해하고, 기업을 이해하고, 소비자를 이해하는 공부의 과정은 그 자체로도 즐거워요.
투자를 배우다 보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되고, 그 발견의 즐거움은 정말 엄청나죠.
그렇게 쌓은 배경지식과, 수집한 정보를 통해 논리를 구성하고, 실제 투자를 실행에 수익을 올리는 과정 자체가 재미로 다가와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꼭 버는 건 아니에요. 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끼고 살게 되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제가 어떤 기업에 투자했다고 가정할게요. 그렇다면 그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은 필연적으로 안고 가야 해요.
실적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 업황이 안 좋아질 가능성,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 규제가 추가될 가능성, 반독점 소송에 패할 가능성... 종류는 무수히 많아요.
이런 불확실성은 투자자 개인이 제거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어요. 그저 인지하고 투자 결정에 활용할 수 있을 뿐이죠.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을 싫어해요. 행동경제학의 여러 실험이 밝혔듯, 인간은 원래 불확실성을 싫어해요.
하지만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투자 기회를 제공해요. 모두가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역설적이지 않나요?
기업의 주식은 그 기업이 앞으로 지급할 배당과, 성장할 기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게 보통이에요. 왜냐하면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채권 역시, 100달러가 상환될 채권은 100달러보다 싸게 거래되죠. 돈을 못 갚을 수 있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미래의 100달러가 지금의 100달러보다 구매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전 보통 사람들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생각하는 불확실성에서도 재미를 느껴요.
저는 불확실성을 단순히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위험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관점으로 보면 불확실성은 더 이상 불안하고, 불쾌하고, 불편한 것이 아니에요.
시장이 이 불확실성을 과대평가하고 있는지,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스스로 측정해 보고,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도전 대상이 되죠.
목표에 대해
수익과 재미, 이 둘이 투자를 하는 이유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는 바로 '시장수익률을 이기는 것'이에요. 알파를 추구하는 거죠.
시장수익률의 기준은 나스닥 100이에요. 저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거든요.
더 대중적인 S&P 500 대신 나스닥 100을 고른 이유는 많아요.
나스닥 100은 S&P 500보다 연평균 수익률이 더 높아요. 더 도전적인 목표죠. 그리고 상대적으로 오를 때 더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때 더 많이 떨어져요. 기술주 비중이 더 크거든요.
나스닥 100을 벤치마크로 삼으면 리스크를 더 많이 감내할 수 있어요. 감수하는 리스크만큼 리턴도 커지고요.
그래서 벌 때 시장보다 더 벌고, 잃을 때 시장보다 덜 잃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연평균 수익률을 올리면 복리 효과 덕분에 엄청난 스노우볼이 굴러가요.
40년 동안, 1985년 초부터 2024년 말까지 1천만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해 볼까요?
그 기간 동안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11.67%, 나스닥 100은 14.25%였어요. 배당을 재투자했다는 조건으로요.
지금 그 1천만 원은 얼마가 됐을까요?
S&P 500은 약 8억 2,457만 원, 나스닥 100은 약 19억 3,384만 원이 돼요. 단 2.58%p의 차이가 11억 927만 원의 차이를 만든 거죠. 수익률로는 11,092%p의 격차가 나요.
만약 그 기간 동안 나스닥 100의 연평균 수익률을 2%p 이겼다면? 42억 5,431만 원이 돼요. 23억 2,047만 원 더 벌고, 23,205%p의 격차를 벌린 거죠.
2%p의 알파가 만드는 결과에 놀라셨나요? 이 예시는 현실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어요.
난이도가 빠져있거든요. 40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고, 그 기간 동안 2%p 이기는 게 쉽진 않죠.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장기적으로 시장수익률을 이기는 건 추구할 가치가 충분한 목표란 거예요.
다음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이에요.
원칙에 대해
투자에 있어 원칙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하지만 원칙도 잘 정해야겠죠.
원칙은 절대적이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그 기준에 따라 원칙을 정립했어요.
저는 장기투자도 트레이딩도 하니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눴고요.
원칙의 수가 많아질수록 지키기 힘들어지니, 정말 중요한 것만 남겼어요.
공통 원칙
1. 투자하기 전 반드시 리스크를 고려하자.
2.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투자를 하자.
3. 성공도 실패도 돌아보자.
4. 시장을 떠나지 말자.
장기투자 원칙
-매수 전-
1.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자.
2. 경제적 해자가 없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자.
3. 경영진을 믿을 수 없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자.
4. 반드시 경쟁사나 잠재적 경쟁사와 비교해 보자.
5.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에서 이 기업이 가장 좋은지 비교해 보자.
6. 지금 가격이 합리적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투자하자.
7. 보유하는 기업 수가 5개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자.
-매수 후-
1. 내가 이 기업에 투자한 이유를 기록하자.
2. 주기적으로 투자 이유가 깨지지 않았는지 점검하자.
3. 가격 변동이 크게 일어나면 그 변동의 이유가 합리적인지 생각해 보자.
4. 매수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었단 걸 깨달았을 때, 기업이 투자 가치를 잃었을 때 매도하자.
트레이딩 원칙
1. 추세를 존중하자.
2. 손실은 짧게 끊어내고, 이익은 길게 끌고 가자.
3. 매일 거래하려 하지 말자.
4. 주도 섹터의 주도주를 파악하자.
5. 진입 이유를 기록하자.
6. 진입 전 반드시 손절 라인을 정하자.
6-1. 손절 라인을 정하는 건 차트다.
6-2. 시간이 지나 차트가 바뀌면 손절 라인도 올린다.
6-3. 손절 라인을 차트와 무관하게 자의적으로 바꾸지 않는다.
6-4. 정해둔 손절 라인에 도달하면 손절한다.
6-5. 손절한 뒤에 반등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도 손절을 미루지 말자. 두 번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7. 고점이라 판단해서 매도했으나 다시 상승할 때 FOMO에 빠지지 말자.
8. 물타기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강한 확신이 없다면 하지 말자.
9. 연속으로 성과가 안 좋으면 쉬자.
어떠셨나요? 하자는 말보단 하지 말라는 말이 많아요.
특히 빠르고 기계적인 손절을 강조하고요.
저는 낙관적인 사람이라, 이렇게 제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위험 관리 규칙을 많이 두고 있어요.
장기투자에선 물타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이유가 있어요.
물타기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그래도 정말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리스크 높은 전략이에요.
손실을 본 이유가 그저 매수 단가가 너무 높아서인지, 시장이 과한 공포에 빠져서인지, 매수 판단 자체가 틀려서인지, 기업의 가치가 실제로 하락해서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해요.
앞의 두 이유라면 물타기가 유용하지만 뒤의 두 이유라면 그렇지 않아요.
첫 진입 시점에 비싸게 산 게 단순한 타점 실수고, 기업 선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할 만하죠. 시장의 과도한 공포는 장기투자자에게 정말 좋은 기회고요.
뒤의 두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왜 물타기를 하면 안 되는지 아실 것 같네요.
이렇게 때에 따라 다른 임기응변의 영역이기에, 원칙으로 직접 체계화하지 않고 안에 내용을 녹여놨어요.
매수 전의 5번, 6번. 매수 후의 2번, 3번, 4번에 물타기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고 보시면 돼요.
비록 제 이야기를 쓴 개인적인 글이지만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