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님에 대하여

때론 기다릴 줄 아는 독자의 마음으로

by 별방구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기다렸다 듣는 기분과도 같을까. 아님 좋아하는 감독 혹은 배우의 새 작품을 보는 기분과도 같을까.


평소 나의 독서 취향에 대해 잠시 소개해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과 독서 취향에 대해서는 이전 글들에서도 몇 번 엿보였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다시 차분히 소개를 해보려 한다.


나는 주로 소설을 읽는다. 에세이도 종종 읽지만, 그 에세이는 거의 99%의 확률로 소설을 통해 좋아하게 된 작가님의 에세이 혹은 수필집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은 김애란 작가님, 백수린 작가님, 은희경 작가님, 편혜영 작가님, 최진영 작가님이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바깥은 여름과 여름의 빌라이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여름’이 들어간다..!)


그리고 최근 새롭게 관심 있어진 작가님은 예소연 작가님이다. 얼마 전 ‘사랑과 결함’을 재밌게 읽고 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다가 ‘영원의 빚을 져서’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확실히 알게 되었다. 작가님을 좋아하게 될 거란 것을.


사실 ‘영원의 빚을 져서’는 이틀 전에 읽은 아주 따끈한 소설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뭐랄까, 머릿속에서 도파민처럼 뭔가가 팍팍 터지는 느낌을 주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역시 좋은 글, 좋은 이야기, 좋은 책은 그 어떤 sns 속 영상이나 콘텐츠보다도 더 강력한 도파민을 터트린다. 그렇지만 그런 쉽고 자극적인 도파민에 비해 피로감도 적어 긍정의 힘만이 가득한 독서의 효능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렇게 최근 나를 가장 흥미롭게 만든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겠다.


예소연 작가님의 소설은 읽다 보면 마치 약간의 위트가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든다. 너무 무겁진 않으나 가볍지도 않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지만, 또 낯설지는 않은. ‘사랑과 결함’을 읽을 땐 흥미롭다는 감상을 주는 것과 비례하게 소설에 따라서 언뜻언뜻 나의 취향과 조금 어긋나는 느낌도 들었는데, ‘영원의 빚을 져서’는 정말 읽을수록 내게 꼭 맞는 그런 귀한 느낌이 들었다.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위에 소개한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이름을 줄줄이 말하면 대부분 “아, 어떤 결인지 알겠어요”라고 말하곤 한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무채색의 잔잔한 파도와도 같은 그런 편안함이 깃든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속에 현실의 감각과 어떤 예리한 뾰족함이 조용히 닿아있는 글을 더욱 좋아한다.


처음 ‘바깥은 여름’을 읽었을 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그때 나의 독서 취향이 확립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읽은 ‘여름의 빌라’를 통해 좀 더 그 취향이 단단해졌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독자로써 가장 행복한 상태는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 중에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많이 남은 상태가 아닐까 싶다. 좋다고 와구와구 다 읽어버리면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림 뿐이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새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막연한 기다림은 참으로 길고, 또 간절해지는 시간이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읽는 것은

맛있는 빵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것과 비례하게

점점 사라져 감으로써 슬픔을 느끼는 마음과도 같다.


이와 같은 마음을 느끼며,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나만의 소소한 방법이 몇 가지 있다. 보통 나는 읽었던 책은 곧장 다시 읽진 않는데, 종종 한 번씩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그 소설 속 온도나 감각이 그리워지거나 문득 다시 펼쳐보고 싶은 그런 날. 그럴 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또 좋아하는 문장을 손으로 써보곤 한다. 그리고 새로운 책 읽기. 아직 맛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그 설렘이 있기에 책 읽기는 평생 함께할 나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인고의 시간 끝에 뼈를 깎는 고통으로 빚어내는 일인 것 같다. 물론 너무 과대한 추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그렇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늘 애정하는 작가님의 신간을 기다리며,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써주세요.. 하는 공포스러운 바람을 품다가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저 오래도록 써주세요.. 하는 조금은 건강한 염원을 품기도 한다.


새 책이 출간되는 일은 어쩌면 기약 없는 기다림과도 같은 것이라 늘 응원의 마음으로 기다릴 줄 아는 그런 지고지순함도 필요하다. 다행히 세상에 책은 많고,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책은 더 많다. 한때는 많은 책을 더 빠르게 삼켜내고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 안에 스며들 수 있는 책을 만나기 위해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좋은 책을 만났을 때 그 세상을 온전히 느끼고 담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독자의 삶을 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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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