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물하는 마음
너에게 닿을 이야기를 찾아서
책이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아름다우면서도 지적인 힘이 있다. 그래서 내게 선물하기도,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기도 참 좋은 물건이다. 그 사람에게 맞는 걸 고르는 게 다소 어렵긴 하지만, 받아서 읽는 그 순간까지 설렘을 안겨주는 마법의 힘이 있다.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우리 엄마는 늘 주문처럼 외치곤 했다. 주는 사람이 기분 좋으려고 하는 것이 바로 선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게는 어쩐지 늘 받는 사람의 기쁨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더 커서 늘 그것을 고르는 게 참으로 고민스럽고 어깨를 무겁게 한다.
그러니까 ‘선물’이라는 것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 더 큰 것이지만, 결코 받는 사람의 마음을 빼고 고를 수는 없는 것이기에 감동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도 같다. 선물을 줄 때 성격에 따라 긴히 무얼 받고 싶은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주로 상대의 마음을 멀리서 헤아리며 고른 선물을 주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고민하고 상상하며 고른 선물이야말로 주는 이의 두근거림과 온정이 더 진득하게 담겨 전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개인적인 고집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또 한편으로는 선물을 주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설렘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선물할 때 주의할 점
종종 시집이나 소설을 선물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선물하려는 마음과 책 내용이 어긋나는 경우의 문제다. 특히나 시의 경우 은유와 함축의 언어가 많아 제목만 보고 골라 선물을 했다가 그 의도가 빗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려던 게 아닌데, 사랑의 고백이 가득 담긴 시집이었다거나 미처 읽지 못한 뒷 내용에 야시꾸리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어 얼굴을 붉히게 만들 그런 일은 책을 선물하기 전 꼭 주의해야 할 점이다. 상상만 해도 괜히 식은땀이 나고 민망한 미소가 지어지는 일이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필히 꼼꼼히 잘 읽어본 책이자 완전히 내용을 알고 있는 책에게만 선물 리스트에 올라갈 자격을 주어야 한다. 책의 초반부만 몇 장 읽고 마음에 들어 선물 리스트에 올려두었다가 이 점은 망각하고 선물을 했다가 서로가 묘하게 민망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기에, 늘 조심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책이라도 모든 면에서 따뜻하고 온기가 어린 선물인 것은 아니기에.
Mystery함이 주는 호기심
요즘에는 비밀책 혹은 생일책처럼 선물하기 좋은 구성으로 책을 판매하는 곳들도 많다. 영풍문고에서는 365일에 맞춰 365권으로 구성된 생일책 코너가 있는데, 그곳에는 각 날짜에 세계 각국에서 태어난 작가의 책이 비밀스럽게 포장되어 있다. 생일선물로 나와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을 선물 받는 기쁨이라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부할 수 없게 현혹되게 만드는 마성의 기획력이다.
하지만 우리 책방에는 생일책이나 비밀책이 없다. 책방을 시작하고, 몇 번은 비밀책 혹은 블라인드 선물책을 구성해 볼까 고민도 해봤지만 실행시키지 않은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비밀책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이미 읽은 책이 들어있으면 어쩌지?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이 담겨 있으면 어쩌지? 당장에 읽고픈 책도 이렇게나 많은데, 표지와 작가가 가려진 책을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책방지기가 되어서도 이 고민은 이어졌는데, 혹여 손님이 골라서 사간 비밀책이 이미 집에 있거나 전에 읽은 책이라면 얼마나 실망스러우실까 하는 우려에서 나는 자주 머뭇거리게 되곤 했다. 물론 선택 장애가 있어서 도무지 책을 고르기 힘들 때, 추천의 말을 보고 선뜻 고를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는 비밀책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코너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책을 찾다가 찾다가 결국 고르지 못하고 절망하는 이에게는 선물책이 한줄기의 빛이자 희망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주고 싶은 공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가득 담긴 공간이기에 이 부분도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구성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몇 번의 고민은 쉽사리 넘겨지지 않게 되어, 영풍문고에서의 현혹된 마음은 그저 순간의 이끌림으로 남아버렸다.
책이 선물로써 큰 힘을 발휘하는 또 하나의 이유
책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사물을 건네받음과 동시에 그것을 읽을 미래의 시간과 감상까지 함께 그 속에 담겨있다. 펼쳐보기 전까지는 그 속에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왜 이 책을 내게 선물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차츰 읽어나가면서 알게 되는 그 마음과 시간까지도 내가 받은 선물이기에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책을 무한대로 갖고픈 욕심쟁이 우후훗
한때 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책만 30권가량 찜해둔 적이 있었다. 아니 어찌나 읽어도 읽어도 읽고 싶은 책은 차고 넘치는지. 부디 나에게 커피 쿠폰이나 빙수 쿠폰 대신 책을 선물해 주기를.. 하는 그런 간절한 바람이 담긴 진짜 위시리스트가 된 것이다. 덕분에 그해 생일에는 읽고 싶었던 책을 많이 선물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선물들이 속속들이 집에 도착해서 내가 포장을 뜯고 있자,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우와 책이 많아졌네~하며 나를 슬며시 지나갔는데 그 한마디가 어찌나 나를 미소 짓게 하던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읽고 싶은 책을 내 방 책장에 가득 꽂아두는 그 기쁨은 차마 뭐랄 설명할 수 없는 배부름? 포만감? 과도 같다. 그리고 바로 한 달 뒤, 나는 책방지기가 되었다. 이쯤 되면 아주 배가 찢어지도록 포만감을 느끼겠다는 결심으로부터 시작된 여정이 아닐 수가 없다.
책을 선물하는 그 마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 책 선물은 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꽃 선물이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것처럼 짐덩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 책을 선물하는 그 마음까지도 조금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소원이 있다. 내가 느껴본 이 세상을 너도 느껴보면 참 좋겠다는 그 마음으로부터 출발하는 두근거림이랄까. 하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 ’생일날‘의 선물로 책을 주는 것은 피하자. 기분 좋은 날에 배가 되어 쌓인 실망감이 거부감이 되어버리면 잠재적 독자 한 명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나와 함께 이 세상을 같이 느껴보자
그러나 네 마음에 닿을 책을 고르는 시간 속에서 너를 떠올렸을 나를 조금은 생각해 주며 이 책을 펼쳐보기를.
그 사랑의 마음을 가득 담아, 네게 책을 건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