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에 앉아있으면 보이는 것들
계동길 끝자락에 머물던 시절
별방구가 안국에 있을 때, 언덕길 끝에 위치한 그곳의 가장 큰 매력은 우연한 발견과 만남이었다. 그냥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 같은데도 가게 문을 닫기 10분 전 오신 손님과의 만남으로 채워진 행복처럼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문을 두드렸다.
2024년 10월 31일도 그랬다.
평범한 화요일 오후, 가을이 저물어가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곧 겨울이 다가올 것을 대비해 서점 곳곳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웃음 가득한 쨍알거림이 들려왔다. 한참 무거운 짐을 들고 옮기고 치우느라 정신이 없어 밖으로 나가보진 못하고 유리문 너머로 밖을 기웃기웃 살피기만 했다.
딱히 무언가 보이진 않아 무슨 소리지? 생각하며 책들을 옮기는 그때, 어린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그대로 멈춰라’를 부르는 소리가 더 가까이서 들려와 밖을 보니 정말 깡총 깡총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이 있었다. 노랫말에 맞춰 웃다가 멈추는 그 놀이를 하며 이 험한 언덕을 즐겁게 오르고 있던 것이었다. 가을의 햇살 아래서 반짝이는 별빛처럼 빛나는 어린이들의 눈빛과 행복의 기운이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행복은 알고리즘을 타고
그 모습은 보는 순간 지쳐있던 나까지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야말로 행복의 풍경이었다. 너무 찰나의 행복 같아서 사라지기 전, 얼른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그 모습을 포착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 그 영상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이 남겨졌다. 나만 느낀 행복의 순간인 줄 알았던 영상 속 장면이 다른 이들에게도 그 마음을 전해준 것이다. 영상 속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행복을 느꼈다고, 지친 하루 끝에 힘이 났다는 댓글들이 계속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실제 영상 속 아이들의 선생님과 부모님에게까지 영상은 가닿았는데, 이렇게나 sns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알고리즘의 힘은 웬만한 소통창구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뒤로하며, 그 순간 따뜻한 기쁨을 느꼈다.
이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점을 오가며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본 것은 정말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 이 동네 근처의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인가? 하고 주변을 계속 살피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행복의 원천은 선생님께서 달아주신 댓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곧 있을 어린이집 졸업을 앞두고 지방에서 서울로 아이들과 졸업여행을 온 날이었다고 하시며, 이쁜 영상 감사하다고 적어주셨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역시 행복의 지수가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일상의 온도와는 조금 다른 더 맑고 투명한 어떤 에너지가 있었는데 역시 서울로 여행을 왔던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조금 뒤에 아이들의 모습을 이렇게 아름답게 담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며, 고맙다는 말을 한가득 담으신 감동의 메시지를 나에게 개인적으로 보내주셨다. 오히려 행복을 전해받은 건 난데, 이렇게 감사인사를 받으니 마음이 뭐랄까, 기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달리 내가 느낀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 그저 덕분에 더 행복했다고 말씀드리며, 내가 찍은 영상을 보내드렸다. 졸업여행을 온 아이들의 이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실 수 있길 바라면서.
https://www.threads.com/@starbanggu/post/DCQ8H0sPYJT?xmt=AQF0RYtZY-62lKCFaaIJpCWiFZuC7rCQ8dCUJ_BMWK0
맑고 투명한 행복이 찾아오는 곳
책방지기의 삶이란 그런 것 같다. 늘 잔잔한 파도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한 번씩 찾아오는 햇살과 구름과 그 사이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있기에 늘 온기가 채워질 수 있다고. 어떤 온기와 순간을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행운이 가득한 삶이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행복이 찾아오는 곳, 그곳이 바로 작은 동네 책방의 하루가 아닐까. 그런 하루하루로 매일을 채울 수 있어 나는 또 행복해진다. 내게 온 이 행복을 더 널리, 그리고 멀리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사람들을 반기고, 나의 자리를 지킬 힘을 얻는다. 그 힘으로 지친 이들에겐 위로를, 행복한 이들에겐 더 짙은 행복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