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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서 Dec 16. 2020

18세기의 피조물, 그리고 2020년의 코로나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④

그러나 모든 것을 끝낸 지금,
아름다운 꿈은 사라지고 숨 막히는 공포와 역겨움이 엄습해 왔다.


    자신이 만들어 낸 피조물과 그로 인한 비극적 운명에 놓인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의 비극을 보며 공포에 떨었을 당대의 독자들. 『프랑켄슈타인』은 이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이성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었던 근대 사회의 질서와 사고방식에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새로운 괴물의 탄생을 두려워했던 당대의 사람들처럼, 2020년의 우리는 현대 사회의 질서에 균열을 가져온 새로운 존재에 대한 엄청난 불안감과 마주하고 있다. 인류는 역사상 수 없이 많은 전염병과 마주해왔지만, 2020년에 도래한 ‘코로나’에 전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기존의 질서들이 위협받기 시작했고,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불안감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인류는 코로나를 막지 못했고, 오히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온 기술은 코로나의 전염 속도를 더욱 확장시켰다.

    최근까지도 이어져온 속도와 모빌리티(mobility, 이동성)경쟁은 인간의 이동 속도와 범위를 높여줌과 동시에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급격하게 상승시켰고,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된 정보화시대의 유산 SNS는 팬데믹에 대한 가짜뉴스도 함께 양산해내며 바이러스의 전파를 부추겼다. 발전된 건설기술을 통한 도시화와 그로 인한 높은 인구밀도는 사람들 간의 거리를 좁히며 바이러스의 전파를 도왔다. 인류가 이룩해 온 모든 질서와 세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혹자는 이와 같은 전염병이 ‘지구가 이기적인 인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드는 면역체계’라고 이야기한다. 즉, 인간으로 인해 지구가 처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염병이라는 수단으로 인구수를 조절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세상의 냉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선택했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떠오르게 한다. 자신이 만든 비극이지만 그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회피하기에 바빴던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에서 우리 모두에게 원인과 책임이 부여된 초유의 팬데믹 사태에서 동양인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비난을 보냈던 2020년의 현대인이 겹쳐진다. 인류는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포와 불안 앞에서 인류는 스스로를 성찰하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 인간은 어찌하여
야만적 동물보다 우월한 감성을 뽐내는가.
그래 봤자 필요한 것만 더 많아질 뿐인데


    2020년의 팬데믹 속에서, 우리가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결말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누군가에 대한 혐오나 책임회피,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은 새로운 사회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다. 과거에 매달리며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현재를 놓치지 말고, 우리가 간과했던 인간 이성의 ‘빈 공간’을 찾아 그 균열을 봉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바라보지 못했던 ‘빈 공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사람의 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이 그렇게도 원했던, ‘이성적 인간세계’의 따뜻함을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의 자리’를.

    피조물과 마지막 대면 후, 프랑켄슈타인은 북극의 황망함 속에서 홀로 외로이 남겨진다. 인간들의 끝없는 혐오와 멸시 속에 살았던 피조물은 자신의 창조주 또한 그 고독과 외로움 속에 남겨둔 채 자신의 복수를 마무리한다. 어쩌면 코로나가 끝난 후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이 했던 결말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내일을 맞이해야 한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지워져 왔던 사람의 자리를 계속해서 고민하며 찾아간다면, 프랑켄슈타인이 마주했던 황망한 고독과는 다른 세상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서 오라, 내 적이여.
우리는 우리 삶을 위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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