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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서 Dec 17. 2020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우주가 던지는 질문

「그래비티」(알폰소 쿠아론, 2013) 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사회성을 설명하는 관용구로 아주 빈번하게 사용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러한 말을 증명하듯, 인류는 계속해서 ‘사회적 인간’으로써의 삶을 영위해왔다. 협력과 갈등, 경쟁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인간과 인간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고, 인간이 어떠한 공간에 ‘홀로’ 남게 된다는 것은 매우 극한의 상황을 의미했다. 인간이 없다고 여겨지는 곳을 탐구한 인간은, ‘영웅’과 같은 대우를 받았고, 누군가는 형벌로써 사막과 같이 사람이 없는 텅 빈 공간에 버려지기도 하였다. 종교와 철학이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자신과의 물리적 접촉이 불가능한 이들과도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를 원했고, ‘죽음’ 또한 모든 인간관계의 종결로 보는 것이 아닌, 사후세계라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으로 볼 만큼 사회적인 관계는 인간의 모든 삶을 관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인간’은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수많은 이론들은 인간이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맺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다고 말하며 타인과의 연결이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역설한다. 인간은 계속해서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갈망하고 연결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수많은 이동수단과 통신기기를 탄생시켰다. 인류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동수단과 통신기술도 함께 발달했고 21세기의 인류는 지구상의 모든 것이 연결될 수 있다는 ‘초연결사회’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 대두된 ‘언택트(untact)’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연결에 대한 인간의 열망과 완전히 대치된다.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재난 속에서 인간과 인간의 연결은 사회적 위험요소가 되었고, 새로운 연결방식과 커뮤니티의 형태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연결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안정감을 찾아온 인간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세상을 만들어가게 될까? 코로나19와 함께 더욱 더 커진 미래사회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 「그래비티」는 이와 같은 질문에 마주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든 연결이 단절된 채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한 사람의 이야기인 「그래비티」는 과연 팬데믹의 우주에 불시착한 2020년의 우리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통해 증명되는 ‘사회적 인간’


     인간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자신들의 사회적 관계를 증명하는 공간으로 구축해왔다. 자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옆에 자신의 주거공간을 마련하면서 마을을 구성하기 시작했고, 단순히 주거기능만을 담당하는 건축물을 넘어 종교시설, 광장, 공동공간 등 사회적 관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간을 추가하면서 도시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여 오늘날까지 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의 도시는 인간이 스스로의 사회적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 구현한 구축물이자, 그 구축물을 토대로 구성된 커뮤니티이다. 사회적 인간의 증거인 ‘도시’는 인간의 삶의 터전으로써, 그 안에서 인간들은 서로 연결된다. 연결을 통해 인간은 소속감을 느끼고, 사회적 인간임을 확인받는다.

    인간은 아직 인류의 터전이 구축되어있지 못한 곳을 볼 때면, 사회적 인간으로써의 자신에 대한 증명에 오류가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그러한 오류를 제거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다. 인간은 자신들의 세계가 구축되지 못한 공간을 통해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원시적인 공간과 같은 ‘빈 공간’은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의 성공에 오류처럼 작용했을 것이고, 이러한 공간을 발굴해 계속해서 자신들의 세계로 편입시키며 사회적 인간이라는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인간에게 인간의 영향력이 닿지 못한 ‘우주’라는 공간은 이러한 안정감을 방해하는 존재였을 것이고, 새로운 세계의 구축을 위해 우주 공간으로의 진출을 시작했을 것이다. 인간은 우주세계로의 탐색을 시작했고, 그 탐색을 위해 인간은 우주로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주로 떠난 인간들은 이미 완성된 지구 위의 세계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광활함과 공허함을 마주한다. 우주선과 우주정거장과의 연결에서 벗어나는 그 순간, 어떤 것과도 연결되거나 관계를 맺을 수 없이 오롯이 ‘혼자’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는 불안감과 지구를 정복하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나간 우주는 끝없는 어둠과 진공상태를 통해 인간에게 이러한 불안감과 나약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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