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은 우리 집에서 차로 3분 거리라 가까운 편이다. 저녁에는 아가씨와 어머님이 새로 개업하는 삼겹살집에서 만나 고기를 먹기로 하고, 오전에는 나와 남편, 그리고 수아가 함께 창원 교보문고에 책을 사러 가기로 했다. 아가씨는 우리 집 차가 크니 어머님과 함께 버스를 타고 내려올 테니, 돌아올 때는 우리 차로 함께 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각자 오전 일정을 보낸 후, 저녁 무렵 삼겹살집에서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정리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신랑과 아가씨는 술을 마셔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술을 마시지 않은 내가 운전을 맡았다. 평소에도 술을 먹지 않는 내가 운전하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어머님 댁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주차 자리가 하나 보였지만, 카니발을 세우기에는 다소 좁아 보여 더 넓은 곳을 찾기 위해 자리를 나왔다. 그러나 그 순간이 화근이었다. 좁은 통로를 지나던 중 ‘그르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에 부딪힌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등골이 오싹해졌고, 차를 유난히 아끼는 신랑을 생각하니 사고 상황이 더욱 불편하고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마음을 진정한 뒤 차를 넓은 곳에 주차하고, 사고가 난 차량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바로 연결되지 않고, 전화기 너머로 “고객님이 통화 중이셔서 통화 가능한 상태가 되면 알림 문자를 드린다”는 안내 음성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차주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차를 긁은 사실을 신랑에게도 말해야 했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사고 이야기를 전했고, 곧 신랑과 피해 차량 주인, 그리고 내가 함께 대면하게 되었다. 피해 차량의 운전자는 60대쯤 되어 보이는 부부였다.
피해자와 원치 않게 가해자가 된 나는 상황 설명을 마친 뒤, 보험사에 연락할지 정비소에 맡길지를 피해 차량 운전자에게 물었다. 피해자는 보험 처리를 요청했고, 그 말대로 즉시 보험사에 사고 신고를 했다. 약 20분 뒤 보험사 직원이 현장에 도착하여 사고 차량을 확인하고, 어두운 탓에 잘 보이지 않았던 범퍼와 타이어 휠의 손상 부위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나는 보험사 직원에게 피해자가 원하는 수리가 잘 이뤄지도록 부탁했고, 피해자 부부에게 고의가 아님을 설명하며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리고 원하는 부분이 깨끗하게 수리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렇게 피해자 차량과는 잘 마무리 되었는데 나에게는 큰 산이 하나 남았다. 차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아끼는 신랑차가 긁혔으니 부부싸움 예약이라고 봐야됐다. 일어난일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고 금쪽같은 입양아들은 자신의 감정조절에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