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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별 사탕 Nov 01. 2024

아이, 그 하나의 세상

아이, 목소리를 잃어가다

나도 어린아이였다. 마음속에 어린아이를 품고 사는 지금은 어른아이가 되었지만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순수한 꿈을 지닌 존재이다. 어른이 된 나는 그 아이의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나의 부모 세대는 바쁜 삶 속에서 아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그 모습이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나는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바쁘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어 본다. 



교실 속 아이들은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요~ 선생님, 할 말 있어요!” “어제 영화를 봤어요!” “이거 이쁘죠?” 저마다의 이야기를 어른과 나누고 싶어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여유가 없다.  컴퓨터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40분이라는 시간 안에 전달해야 할 학습적인 내용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어주다 보면 수업의 흐름이 끊기고,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한 시간을 주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은 교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하교 후 집에 돌아온 우리 딸은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쫑알쫑알 이야기한다. 나는 저녁식사 준비와 밀린 빨랫감을 하느라 대충 “응, 응”이라고 대답하며,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내가 저번에 이야기했잖아”라고 딸이 말할 때면, 그제야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다. 나는 사랑하는 내 딸이 나와의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딸아이의 수많은 이야기들과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아이의 말을 듣지 않는 이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의 나도 그렇게 느꼈다.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 어른들을 보며, 나는 점차 내 마음속에 있는 작은 아이의 목소리를 잃어갔다. 



그런 과거를 알면서도 지금 내 아이에게 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하게 느껴진다. 이런 모습은 단순한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은 정서적 대물림의 한 형태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아이에게 내가 경험했던 그 아쉬움을 반복하게 하고 싶지 않기에 앞으로는 조금 더 어른의 여유를 가지려 한다. 



아이들이 전하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끝까지 듣고, 그 속에 담긴 아이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이건 어쩌면 나만의 고민이 아닐지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의 태도는 우리 세대가 받아온 감정적 유산일지도 모른다. 많은 이가 부모님께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전하지 못하고, 또 부모님의 이해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자라왔지요. 어른들의 무심함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만큼은 다르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나는 아이에게 그런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것이 작은 목표가 되었지요. 이를 위해서 필요한 건 아이의 말을 여유롭게 들어줄 수 있는 어른의 마음가짐이란 결론에 이르렀죠. 여유 있는 어른이어야 아이의 말 한마디에 담긴 감정과 생각을 느끼고, 그 안에 담긴 무게를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내미는 진심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걸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그만큼 소중한 존재이니까요.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내 아이도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성인이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깊이 이해하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을 때, 그는 세상의 소중한 소리로 성장할 것이며, 나 또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나의 어린 시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성장하고 변화해 나갈 것이고, 나의 어린아이도 여전히 그 자리에 함께할 것이다. 아이와 어른들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조금씩 더 귀 기울이려 한다. 아이의 눈빛 속에서 반짝이는 호기심과 순수함을 발견하며, 그것이 나를 다시 꿈꾸게 만든다.



부모이자 어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이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아이가 세상을 향해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내 마음속 어린아이와 함께하는 이 여정에서, 아이와 부모가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서로의 세대를 공감하는 따뜻한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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