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 칫솔질.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이 작은 행동 하나가 나에게 생각보다 큰 배움을 준 적이 있다.
미래채움 기초연수 160시간을 듣던 시절이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연수 과정은 길고 촘촘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만나 같은 자료를 보고 같은 강의를 듣는 동기들과 어느새 익숙해지고,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마저 작은 동료애로 연결되곤 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나에게 변화가 하나 생겼다. 나는 평소 가방에 칫솔과 치약을 넣어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 다섯 살 아이도 아는 이야기지만,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실천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가방에는 칫솔과 치약이 들어 있었다. 아무 계획도, 결심도 없었는데 행동만 먼저 바뀌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함께 연수를 듣던 동기들이 점심식사 후 자연스럽게 양치를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아무렇지 않게 칫솔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고, 그 모습이 반복되자 나 역시 움직이게 되었다. 그들의 행동이 나에게 강요된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권유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물렀을 뿐인데, 내 행동이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연수가 끝나자, 그 습관은 사라져버렸다.
점심시간 칫솔질을 이어가게 만들었던 ‘환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양치를 하는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던 분위기도, 나를 움직이게 했던 미묘한 흐름도 모두 그 자리와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작은 경험이 내 마음을 오래 잡아두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나는 이 일을 통해 ‘환경이 인간을 얼마나 강하게 움직이는가’를 깊이 깨달았다.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습관을 지지하고 유지하게 만드는 환경이 없어서 포기되는 일들이 어쩌면 더 많다는 사실. 좋은 행동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다시 배웠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과 아이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어른인 나조차 환경의 힘에 쉽게 흔들린다면,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에게 환경이 주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내가 아이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어떤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살게 하고 있는지 조용히 돌아보게 되었다. 말로만 좋은 습관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연스럽게 좋은 행동을 따라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었는지 되묻게 하는 시간이었다.
결국 이 작은 칫솔질 하나가 나에게 알려준 건 습관의 힘이 아니라 환경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 환경을 만드는 책임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또 어깨가 무거워진다. 매번 글을 쓰고 나면 반성과 성찰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만, 왜 이렇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더딘 걸까 자문하게 된다.
아마 변화란 마음속 결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 결심을 지지해 주는 환경과 반복되는 선택들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으로 살아내는 일은 언제나 느리고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성찰이 헛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오늘의 글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표지가 되어, 내일의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며 천천히 이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