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롭게 계약한 학교에서의 첫 수업 날이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수업. 금요일마다 4교시까지 수업을 마친 뒤라 공식 시작 시간은 오후 1시였지만
12시 20분이 되자 아이들은 하나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노트북을 펼치고 마우스를 연결하며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이른 등장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아이들에게 마우스를 연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함께 준비를 시작했다.
작은 손들이 USB 포트를 찾고, 선을 꽂고, 마우스를 움직여보며 “선생님, 됐어요!” 하고 외치는 순간, 교실은 이미 수업시간이 시작 된 듯한 느낌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한 아이가 종이 한 장을 들고 다가왔다.
“OO이가 이 글자를 적었어요.”
건네받은 종이에는 저학년의 글씨체로는 믿기 어려운 비속어와 욕설이 적혀 있었다.
어린 손이 썼다는 사실이 낯설 만큼 거친 단어들이었다. 순간 마음이 내려앉았다.
이 작은 아이가 이런 단어를 어디서 배웠을까.
나는 글을 쓴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
“이 글을 정말 네가 쓴 게 맞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제가 썼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이렇게 글로 남기면, 그 말은 사라지지 않고 기록으로 남아.
그리고 그 기록은 다시 너에게 돌아올 수 있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 적 있니?”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말했다.
“네가 쓴 말이 결국 네게 화살처럼 돌아와. 그걸 알면서도 다시 쓰고 싶을까?”
잠시 후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에게 미안해할 일은 아니야. 스스로에게 미안해해야지.
너를 위험하게 만드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이는 종이를 가방에 넣었고, 우리는 다시 수업 준비로 돌아갔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교실은 다시 키보드 소리와 웃음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내 마음 한켠에는 무거운 생각이 남았다.
아직 세상의 단어들을 충분히 걸러낼 힘이 자라지 않은 나이.
그런데도 아이들은 이미 거친 말들을 접하고, 흉내 내고, 기록한다.
말은 공기처럼 가볍게 떠다니지만, 글은 씨앗처럼 남는다.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꽃이 될 수도, 가시가 될 수도 있다.
첫 수업 날, 나는 컴퓨터 사용법만이 아니라 말의 무게에 대해서도 함께 가르치게 되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에 더 조심스럽게, 더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