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서점에 갑니다.
아이가 네 살이던 시절,
‘책 육아’라는 이름으로 전집을 들여놓고
오히려 서점에는 잘 가지 않았습니다.
집에 책은 가득했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이가 “읽어줘” 하며
내 무릎에 기대 앉던 시간이
참 따뜻한 계절이었다는 것을요.
이제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더는 읽어달라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초등 시간동안 책에 깊이 빠져 지냈느냐 하면
그 또한 아닙니다.
요즘은 만화책을 더 가까이 두고,
스스로 고른 글책도
끝까지 읽는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주말이면 서점에 갑니다.
성과가 있어서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어서도 아닙니다.
학원을 보내는 대신
우리는 책 앞에서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
중간에 덮인 이야기들,
한 번 펼쳐지고 다시는 열리지 않은 책들.
어쩌면 나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쌓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이 실패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이와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지
솔직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고 고르고
집으로 들여오는 이 반복을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그 어떤것도 아이를 위해 대신해
줄수 있는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환경을 마련합니다.
지금 당장 빛나지 않아도
언젠가 아이 안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무언가가 자라나기를 바라면서.
엄마는 오늘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붙잡고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