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08
바다 안개에 비춰오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작년 학교에서 진행했던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위로와 격려의 말' 응원의 한 마디 작성 활동이 떠올랐다.
도덕과에서도 함께 그 프로젝트를 맡았고, 교과 수업 들어가는 반의 아이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A4용지를 1/4크기로 작게 잘라 간 종이가 무색하게 가득가득 자신의 방식대로 소중한 친구를 위로해주는 문구와 문장들을 작성하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 따뜻해졌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서로의 선의를 기대하고 또 위로와 공감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는구나 싶었다.
한편 다른 사람의 연약함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행동에는 ‘그럴 수 있지-’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면서, 스스로의 그것에 대해서는 가혹한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이 이어졌다.
인생의 가장 잘난 순간들이 집약된 ‘자존감의 향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상에서도 그 주체들 모두가 자기 삶의 다른 단면에 슬픔과 아픔, 고통과 고독 그리고 불안함과 두려움의 시간을 겪는다.
가장 멋진 나, 훌륭한 모습들의 순간들이 오롯이 다 '나'인 것은 아니다. 잘 하는 것 같다가도 언제 그랬나 싶게 실족하는 못난 모습도 곧 '나'이니까.
그런 나 자신에 대한 수치심과 실망감.
못마땅한 나를 감추고 싶고 한심하게 여기는 마음.
보잘것 없던 나에게 모질게 굴었던 지난 시간들.
화해하기 어렵다 여겨지는 나의 모습들과 과거들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별로야. 쓰레기같아.
이것밖에 안 돼. 너무 모자란 사람이야.
참 못났어. 한심해.
부끄러울 뿐이야. 한참 멀었어.
등으로 표현되는 '자기비난'의 시간들.
누구나 살면서 실패를 경험하고,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음을 안다.
언제나 잘할 수는 없고, 부족해 보이는 지금의 모습 또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것도.
모두가 실수할 수 있어. 네가 처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래.
너의 마음이 이해가 돼.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이야.
언젠가는 익숙해질테고, 너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거야.
실패에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해. 나라도 그랬을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넌 존재 자체로 좋은 사람이야.
가장 가까운, 소중한 이에게는 다정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이런 마음들이 스스로에게는 참 쉽지가 않다.
‘난 원래 그런 사람이니 어쩔 수 없어-’이렇게 핑계 가득히 주저 앉아버리는 자기합리화와는 다르게, 나의 상태와 감정을 인지하고 조절하여 고통을 흘려보내며 더 나은 나로 나아가는 과정인 '자기자비'.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는 그의 저서에서 ‘자기자비(Self-compassion)’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고통스러운 순간에 과도한 자기비난에 빠져드는 대신에 너그럽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태도를 취하는 것.
삶이 고통스러울 때 자신과 세상의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너그러운 태도로 스스로 돌보는 것.
나의 슬픔과 아픔, 고통과 고독, 그리고 불안함과 두려움의 순간에 아끼는 내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나 자신에게도 전해주자 다짐해본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건네는 자기돌봄의 순간들이 모여 나의 다음을 일구어 갈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이렇게 실수와 실패는 성장의 기회가 되고,
그렇게 우리는 하루 더 단단해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