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이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
우리가 애쓰는 마음이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닿는 일이 참 드물다.
글을 쓰는 마음으로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움켜진 펜으로 벼려낸 문장을, 그 뒤에 깊이 영근 땀방울까지를 다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망설임이 실린 붓 끝을, 선과 색 사이에 깃든 고민까지를 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영상을 제작하는 마음으로 감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출의 편집점과 프레임들을, 많은 이들이 고생한 컷들을 취사선택하는 밤샘의 부은 눈까지를 다 감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춤을 추는 마음으로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선 하나하나에 땀과 호흡으로 젖은 동작을, 찰나의 움직임과 멈춤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고뇌까지를 다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노래를 부르는 마음으로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슴 저미는 가사에 얽혀 있는 울림을, 멜로디에 목이 쉬도록 묻어 있는 사연까지를 다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치열하게 살아낸 누군가의 삶의 조각이다.
메마른 영감과의 사투이자, 내면을 품은 고독의 시간이다.
그를 부수어내고, 녹여내고, 두들겨 담금질해낸 흔적이다.
산고(産苦)로 빚어낸, 세상과 처음 조우한 작은 결실이다.
그의 자아가 담긴 문장이자 몸짓이요, 소리이자 빛깔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담아 창작하는 일과 함께,
진심을 존중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노력을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쌓는다.
창작자의 마음이 헛되지 않도록
상실과 분노, 억울함과 무력감이 그를 지배하지 않도록
서로의 권리를 지켜내는 규칙을 세운다.
부디 쉬운 마음으로 '나'를 앗지 말아달라는 수많은 이들의 외침이 여기 담겨 있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마음을 담는다.
창작은 그렇게 나를 담아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