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8
겨울 방학 때 며칠 홀로 여행 다녀왔다고 하니, 가장 기억나는 일이 뭐냐고 물어왔다.
여유 가득 혼자 맛있는 밥 든든하게 먹은 것도 좋았고, 정해둔 목적지로 가는 길에 바다가 보이면 몇 번이고 멈춰 서서 또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실컷 심심하고, 마음껏 지루하고, 차분히 읽고, 내키는 대로 글 쓰면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했던 시간이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기억나는 일 하나만 꼽아보라면 이 이야기라고 말했다.
모래사장과 보도블록 사이의 경계석에 앉아 바다를 오래 바라보았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찬 바람이 꽤 세차게 불었지만, 자색의 수평선과 변하는 바다의 빛을 천천히 눈에 담고 싶었다.
아무래도 멈추고 싶을 때 마음껏 멈출 수 있는 여행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웃음과 대화들이 머물고 또 지나갔다.
그러다 우두커니 서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커플을 발견했다.
그렇게 나도, 해변의 두 사람도 일몰의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해가 저물고, 숙소로 돌아가려 몸을 일으켰다.
나 혼자만 느꼈던 동질감이었지만, 여전히 한 자리에 서 있는 그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몇 가지 생각에 주저하다 돌이켜 모래사장에 내려 걸어가 말을 건넸다.
“두 분 여기 오래 서 계시더라고요.
뒷모습이 예뻐서 한 장 찍어보았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사진 받아 가시겠어요?”
“헉, 우와- 사진 너무 예쁘네요.
저희 삼각대도 없고,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어서..
그냥 바다만 보고 있었거든요..
정말 감사합니다!!”
예기치 않게 누군가의 행복에 기여하였다는 기쁨을 여행 중 느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답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