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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피어나는 삶

by StarCluster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생각했다. 꽃은 누군가를 기쁘게 하려고 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보지 않아도, 누구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꽃은 그저 계절이 이끄는 대로 조용히 피고, 또 스러지는 것이라고.


우리가 굳이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누구와 비교하지 않아도, 기어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하고 선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무언가 되라고, 더 나아지라고, 더 분명한 자아를 실현하라고. 더 잘 보여야 하고, 더 많이 이루어야 하며, 그래야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물론 노력의 가치는 결코 가벼이 여겨질 수 없다. 꽃도 피어나는 순간만큼은 분명 온 힘을 다했을 것이다. 그 짧은 피어남을 위해 긴 시간 동안 준비하고 견뎠을 테니까. 하지만 나무는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우기만을 위해 애쓰지 않는다.


나뭇잎은 하루 내내 빛을 머금고, 뿌리는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조용히 자란다. 각자의 방식으로 제 역할을 다하면서도, 자연은 흐름을 따라간다. 필요할 땐 멈추고, 때가 되면 흘러간다.


삶은 때로 애씀보다 받아들임에 가까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채워낸 내가 아니라, 천천히 스며들듯 삶 속에서 자연스레 형성되어 가는 나.


그것은 마치 씨앗을 심고 조용히 기다리는 일이다. 햇살과 바람을 받아들이며, 뿌리를 내리는 일이다. 조급하지 않게, 다만 정성스럽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의 자아는 '삶이라는 자연' 속에서 서서히 일구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에 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이 그러하듯, 나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그러니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각자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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