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했다

지구별 탐사일지 11화

by Stardust

내가 이탈리아어를 배웠던

미켈란젤로 어학원.

쉬는 시간,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러 뛰어나가던

광장에 산타 크로체 성당이 있다.


천재들의 판테온.


그곳엔

피렌체를 피렌체로 만들고

인류에게 인간다움을 남긴,

과학자, 예술가, 사상가...

약 300여 명의 무덤과 기념비가 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단테 알리기에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니콜로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갈릴레이, 조아키노 로시니…


우피치 미술관, 베키오 궁전,

수많은 성당과 수도원들, …

골목마다,

건물마다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인류 문화가 얼마나 찬란한지

우리가 얼마나 탁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피렌체는

괴테에게도, 스탕달에게도,

그리고 평범한 나에게도 영감의 뮤즈다.


두오모는 모든 각도에서 아름답고,

아침 아르노 강변 달리기는

상쾌하기 그지없으며,

보볼리 정원 언덕을 오르는 산책은

언제나 즐겁다.




인적이 드문 산 스피리또 성당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장식을 하지 않은 담백한 파사드,

그 안에 미켈란젤로의 십자가상이 있다.


채색 하나 없는 방.

360도 돌아볼 수 있는 나무 조각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중앙에 걸려 있다.


사진촬영도 금지여서 고요하고 경건하다.

J는 눈을 감고 기도했고,

Y와 나는 오래도록 그 공간에 머물렀다.

Y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그 장소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나 역시 피렌체에서 가장 멈추고 싶은

순간이었다.

통했다.


역시. 피렌체.

우리 다음엔 어디서 통할까?

이전 09화마음 세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