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젊음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다.
환승 시간은 2시간 반.
독일의 중심, 프랑크푸르트 공항.
유럽과 세계 모든 대륙으로 향하는 항로가 이곳에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
나의 첫 유럽 출장지도 프랑크푸르트였다.
그때 '언제 다시 와볼까' 싶어 밤잠을 아껴 라인강 다리를 건너 걸었다.
그날 강을 건너서 일까?
그 발걸음은 나를 수십 번 이곳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지금처럼 잠시 환승을 하러 오기도 했고, 때로는 며칠짜리 출장으로, 한때는 유럽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반년 넘게 혼자 머물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혼자 먼저 나가 있었다.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던 시간.
하지만 그 겨울, 방향을 틀어 서울로 돌아왔다. 오롯이, 온전히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집으로. 그때의 선택이 지금 내 곁의 '용'과 블레드 호수를 함께 걷는 '범'과의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겠지.
독일과 EU의 경제 중심지였던 이곳에는, 언제나 비즈니스의 기회가 흘러 다녔다. 산업마다 상품마다 다르겠지만, 그땐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면 독일 시장부터 입성해야 했다.
그렇게 드나들며, 이곳에서 성실하고 신의 넘치는 친구들을 만났다.
환갑이 넘은 현역 영업맨 마이클, 요리를 좋아해 출근 전 새벽에 김밥을 말아 수퍼에 내다팔곤 하던 변호사, 그리고 거대한 바퀴를 좋아해 트랙터를 수집하던 토마스까지… 정말이지, 제 눈으로 확인한 것만 믿는 '의심 많은 토마스'처럼 고집 센 이들이지만 그만큼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프랑크푸르트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가 나를 보러 주말을 날아와, 단 하루를 함께 보냈던 그날을 제외하면.
스위스에서 여권을 잃어버리고 기차로 국경을 넘던 밤, 역 광장에서 올려다본 차가운 밤하늘, 폭설에 갇혀 뮌헨 대신 내린 공항에서 마주한 새벽의 내 얼굴. 언젠가 호텔 방에서 『칼의 노래』를 읽으며 이순신 장군의 스산한 삶이 안타까워 엉엉 울었던 적이 있다. 나 역시 이름 모를 호텔 메모지마다 서툰 문장들을 끄적이다 버리곤 했다. 그 숱한 종이 조각 속에, 고백 속에 나의 야망과 청춘이 흩어져 있다.
나에겐 프랑크푸르트의 모든 계절이 있다.
예술이 충만했던 라인 강가의 봄밤,
한여름 밤 괴테슈트라세의 리슬링,
작센하우젠의 학센과 맥주,
바조덴과 호프하임 들판의 단풍,
크리스마스 마켓의 뜨거운 글뤼바인까지.
돌이켜보면 그곳에는 꿈을 향해 겁 없던 나의 젊음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서있다.
나는 지금 그 도시를 스쳐,
오로라를 향해 간다.